[창간기획(20)] 항공기 기체 제작부터 UAM·우주수송까지…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 속도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개발 위한 부품 경쟁력 강화…탄소중립 시대 선도
미래형 스마트 모빌리티로 시장 확대
우주발사체 사업 '한국형GPS' 위성 개발까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서 대한항공이 여객, 화물 사업의 본격적인 상승기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주목한 항공우주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연말 아시아나항공과의 본격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우주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등 항공 우주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항공우주산업 종합 기업으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5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우주 시대에 적극 참여해 유·무인 탐사, 위성 물류, 우주 운송 사업 등 우주 물류 체계 구축에 앞장서겠다"며 미래 사업으로 우주항공 사업을 지목했다.

◆운항 넘어 부품 제작하는 유일 항공사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항공 우주 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021년 374억원 ▲2022년 452억원 ▲2023년 523억원 ▲2024년 802억원 ▲2025년 91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항공 우주 부문 매출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항공 우주 부문 매출은 ▲2022년 4910억원 ▲2023년 5407억원, 지난해 593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실적 개선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기술 경쟁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와의 협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5년 보잉과 보잉 787 드림라이너 구조물 국제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입했다. 이 외에도 보잉 747 날개 구조물 제작부터 717, 737, 767, 777, 747-8 등 다양한 기종의 민간 항공기 부품을 제작해왔다. 대한항공은 현재 날개 끝 장치인 '레이키드 윙 팁', 날개 아래 유선형 보호 덮개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 항공기 꼬리 부분에 장착하는 후방동체 '애프터 보디' 등 보잉 항공기의 핵심 구조물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에어버스와의 협력도 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에어버스 A320 시리즈 성능개선사업 국제입찰에서 일본, 프랑스, 독일 기업을 제치고 샤크렛 제작사로 최종 선정됐다. 샤크렛은 레이키드 윙 팁의 일종으로, 항공기 날개 끝에 장착돼 공기저항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는 구조물을 말한다. 2012년 첫 납품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4800대에 달하는 샤크렛을 공급해왔다. 또한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A350 기종의 전·후방 카고도어 및 벌크도어도 납품하고 있다. 항공기 운항 중 안정성과 직결되는 고정밀 복합재 구조물인 카고도어를 전량 설계·개발하며 대한항공만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최근엔 에어버스가 주관하는 국제 연구개발 프로젝트 '윙 오브 투모로우'에 아시아 유일 참여 기업으로 선정돼 새로운 공법으로 제작한 윙 팁 시제품을 납품하는 등 기체 구조물 연구 개발 역량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탄소중립'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개발 위한 부품 경쟁력 강화
대한항공은 탄소중립 시대 선도를 목표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개발을 위한 부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탄소저감, 저비용, 고속생산 등을 위해 대형 구조물 복합재 성형기술, 열가소성 복합재 적용 기술, 인공지능(AI) 기반 조립자동화 시스템 개발 역량에 집중하고 있는 것. 현재 18m급 주익(비행기에서 좌우로 뻗은 날개 중 가장 큰 날개) 스킨에 수지충전공정(RTM·Resin Transfer Molding)을 활용해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인 대량 생산 체계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열가소성 복합재를 활용해 개발 중인 화물용 도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열가소성 소재는 열을 가했을 때 녹고 온도를 충분히 낮추면 고체 상태로 되돌아가는 소재를 말한다. 한번 열을 가해 성형하면 재가공이 되지 않는 열경화성 소재와 비교해 친환경적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오토클레이브(고온·고압 성형) 공정을 사용하지 않아 대량 생산에도 유리한 만큼,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 자율형 미래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로 발전하기 위해 AI 기반 조립자동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복합재 동체 구조물 조립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로봇 자동화 셀, 디지털 트윈, AI 알고리즘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정밀도를 높이고,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UAM 운항 사업 생태계 구축 나서
대한항공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 대비해 사업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UAM이 미래 도시 핵심 인프라로 주목 받으면서 그간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인프라 선점에 나선 것. 대한항공은 2023년 현대자동차,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와 협력해 도심항공교통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다. 또 대한항공은 다양한 R&D 프로그램을 통해 획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UAM 운항 시스템과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 'K-UAM 그랜드챌린지(Grand Challenge)' 2단계를 수행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2023년 10월에는 미국 첨단 항공 모빌리티 기업 수퍼널(Supernal)과 UAM 운항사업 생태계 구축과 상용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개발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2월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 코리아에서 UAM 통합관제 솔루션 'ACROSS'를 공개해 UAM 상용화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7월에는 '2025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에 참가해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였다. 결함 발견 시 AI를 활용해 적합한 정비 활동 계획을 제안하는 챗봇, 장기 체공이 가능해 육·해상 환경 조사 및 정찰·물품 배송 등에 적합한 하이브리드 드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인스펙션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주발사체 사업 추진 필두로 '우주수송' 영역 확장…'한국형GPS' 위성 개발
대한항공은 최근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우주수송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2년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 조립 및 발사운용과 75톤급 엔진 및 7톤급 엔진 개발 과정에 참여하며 국내 우주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대한항공은 현재 공중발사체, 지상발사체, 궤도 수송선, 달 착륙선 등 다양한 우주수송 플랫폼에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핵심 구성품인 '3톤급 메탄 액체로켓엔진', '공통격벽 추진제 탱크', '단간 연결 엄빌리컬', '통합 에비오닉스'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4월엔 금속 3D 프린팅 방식을 활용해 제작한 3톤급 메탄 액체로켓엔진 연소기의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마찰교반용접(FSW) 방식으로 제작된 공통격벽 추진제 탱크 시험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기반으로 민간·공공·연구기관과의 상생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항공우주산업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며 우주수송 사업으로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2040년까지 우주 물류수송 산업화 등 지속 가능한 우주수송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공위성 개발 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92년 무궁화위성 개발을 시작으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과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개발에 참여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3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위성 1호기 구조계 개발사업 협력을 시작했다. KPS는 지구 궤도를 도는 8기의 위성 무리로, 한반도 인근에 특화된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GPS'를 말한다. KPS가 구축되면 수십 미터(m)에 달하는 GPS 오차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KPS 위성 1호기 구조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지난 20년간 쌓아온 위성 구조계 개발기술과 전문인력, 세계적인 수준의 항공우주용 복합재 제작 조립시설 등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나아가 대한항공은 2035년까지 계획된 KPS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촉진할 첨단 기술 개발과 혁신으로 미래 항공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기업의 존재 이유인 'Connecting for a better world(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결)'을 실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