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시계’ 3년 6개월만 다시 돈다…한은, 기준 금리 어디까지 올리나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유력
8월 연속 인상 vs 10월 추가 인상
물가·환율 변수에 최종금리 엇갈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2/dt/20260712144241847llzb.png)
한국은행이 이번 주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금리 인상을 가리키면서 장기간 이어진 통화정책 완화 국면이 끝나고 다시 긴축의 시대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을 넘어 한은이 앞으로 몇 차례나 금리를 더 올릴지로 옮겨가고 있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장용성·유상대 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도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현 수준보다 높은 금리를 가리켰다. 금리 인상 방향이 이미 분명하게 제시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만장일치 인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번 금통위에서 실제 인상이 이뤄지면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어진 직전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처음으로 긴축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당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모두 10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 0.50%에서 3.50%까지 끌어올렸다. 물가가 급등했던 2022년 7월과 10월에는 한 번에 금리를 0.50%p씩 올리는 ‘빅스텝’도 단행했다.
이번 긴축의 출발점도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5%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국제유가가 고점에서는 내려왔지만 원재료비와 운송비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까지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취임 이후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위험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 결정을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 긴축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7월 인상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회복도 한은의 운신 폭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상향했다. 6월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5월 경상수지도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미뤄야 할 필요성은 줄어든 반면 물가가 고착화할 위험은 커진 셈이다.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주택시장도 긴축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환율은 최근 14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원유와 원자재의 수입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경기 화성 동탄과 수원 영통 등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오름세가 번지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8조3000억원 늘었다. 5월보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리를 낮게 유지할수록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첫 인상을 넘어 다음 인상 시점과 최종금리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증권사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7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0.25%p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후 경로를 두고는 8월 연속 인상과 10월 추가 인상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한은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8월 연속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강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1년간 물가가 3%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의 비중이 41%에 달하는 만큼 금리 인상과 함께 물가 안정 의지를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다른 중앙은행처럼 연속적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가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회의에서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채권시장은 8월 연속 인상을 포함해 연내 예상 인상 횟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매 회의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기보다 7월과 10월에 각각 0.25%p씩 인상하는 점진적 경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은의 기존 전망보다 낮아졌고 원·달러 환율도 1560원대에서 1400원대 후반까지 내려오면서 물가와 환율 부담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연말 기준금리는 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최종금리 수준은 근원물가와 환율, 수도권 주택시장 흐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본 경로는 7월과 10월 각각 0.25%p를 인상한 뒤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추가로 올려 최종금리 3.50%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수요 측 물가 압력에 대한 한은의 평가에 따라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긴축이 직전 사이클처럼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2021년에는 기준금리가 0.50%에 불과해 인상 여력이 컸고 이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현재 기준금리는 이미 2.50%로 출발점이 높다. 반도체 경기는 호황이지만 내수와 건설, 자영업 경기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도 다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인상 사이클 초반부”라며 “시장의 시선은 조건부 금리 전망과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되는 8월에 여전히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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