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 놓치면 바보” 환율하락에 줍줍…달러예금 이달 8.8조 폭증

공준호 기자(kong.junho@mk.co.kr) 2026. 7. 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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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 106조
기업도 개인도 줍줍…3년반來 최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이달 들어 달러당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달러 예금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달러 예치금을 꾸준히 늘리는 한편 개인들도 매수세로 전환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9일 기준 총 709억400만 달러(약 106조 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 말 744억1600만 달러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이달 들어 7거래일만에 58억60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가 늘었다. 이는 지난 6월 한 달 증가분의 약 2.8배다.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3월 말 587억6300만 달러에서 4월 말 618억1700만 달러, 5월 말 629억8900만달러, 6월 말 650억44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달러 예금 증가세는 기업이 이끌었다. 기업의 달러예금 잔액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9일 기준 기업의 달러예금 잔액은 586억8500만달러로, 6월 말(530억6800만달러)보다 56억1700만달러 증가했다. 이달 들어 늘어난 달러예금의 약 96%를 기업이 채운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경우 상반기 결산으로 달러가 많이 들어온 데다가 수입 대금 결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달러를 쌓아두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오르면서 개인들도 달러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은 9일 기준 122억2000만 달러로 지난달 말(119억7600만 달러) 대비 2억4400만 달러 증가했다.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5월과 6월 감소했다가 이달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 1500원선이었던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압력이 줄고 매수세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금액도 이달 들어 일평균 793만 달러로 6월 일평균(408만 달러) 대비 94.4% 증가했다.

이달 초 1560원 수준까지 추락했던 달러당 원화값은 1400원대로 상승하면서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6시 종가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1498.5원으로 전날보다 11.0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종가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던 이달 2일(1555.8원)과 비교해서는 57.3원 오른 수준을 보였다. 당국 개입 경계 심리와 함께 SK하이닉스의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국내 달러 유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총 265억700만 달러(약 40조원) 규모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와 관련해 이달 10일 내놓은 ‘SK하이닉스 ADR 발행의 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환전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조달 자금을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해 유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 상장을 앞두고 선물환 매도를 실시한 것으로 보이며 이미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에는 달러 예금이 폭증하던 분위기가 바뀌는 조짐도 감지된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 이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자 기업들이 쌓아둔 달러를 일부 내다 팔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이달 초 고점 대비해서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기업의 외화 매도를 독려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강세 전망이 굳어질수록 수출기업 등이 보유 달러를 선제적으로 내놓으면서 달러예금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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