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넘어 위험까지 예측하는 의료 AI... 넘어야할 건 '제도의 벽'
인력 공백 메울 인허가·수가 장벽 완화… “실질적 제도 지원 필요”

의사 한 명이 모든 환자를 24시간 내내 살피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전공의와 전임의가 부족한 진료과라면, 의료진이 아무리 세심하게 살펴도 환자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들이 인공지능 도입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정작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기술 자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기술이 병원에서 정식으로 쓰이고 수가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었다.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열린 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는 인공지능이 임상 현장에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과, 진단을 넘어 환자의 상담 영역으로 확장되는 사례가 함께 소개됐다.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시작해, 인허가의 벽을 넘기까지
노년내과 전문의 김광준 교수(세브란스병원·AITRICS 대표)는 인공지능 개발의 출발점이 '인력 부족'이었다고 밝혔다. 담당 진료과에 전공의와 전임의가 없어 환자 수십 명의 상태 변화를 의료진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환자의 상태 악화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계속 늦어졌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을 만드는 것과 병원에서 실제로 쓰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병원마다 환자 데이터를 측정하는 주기가 다르고 일부 항목은 아예 검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인공지능이 이런 '빈틈 있는 데이터'로도 정확한 결과를 내야 했다. 여기에 병원마다 요구하는 판정 기준이 제각각인 특성까지 겹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설득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김 교수는 "회사가 위기에 놓였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프로토타입 개발부터 인허가까지 걸린 시간은 총 6년이었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곧바로 병원에서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정식 건강보험 수가를 받기까지는 다시 수 년이 걸리는데, 새로운 의료기술이 정식 건강보험 수가를 받기까지는 다시 수 년이 걸린다. 이 공백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것이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다. 김 교수는 "이 제도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심사까지는 다시 시간이 필요해 전체 과정은 2028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그는 "이런 심사 과정에 더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믿을 수 있는 AI, 병원이 직접 만든다
또 다른 연자인 마취통증의학과 윤수빈 교수(서울의대)는 이런 어려움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된다고 짚었다. 병원 내부에서 인공지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안'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환자 데이터를 올리는 것 자체가 제한돼 있어 병원 내부망에서 로컬로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적은 컴퓨터 자원으로도 작동하는 경량화된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병원 환경에는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진단을 넘어, 상담으로... 의료 영역 넓어지는 AI
인공지능의 역할은 진단과 모니터링에 그치지 않는다. 김상인 CRO(튜링바이오)는 심리 상담 현장에서 오랫동안 느껴온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내담자들이 스스로를 우울증으로 단정 짓고 나면 거기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며, 우울증이라는 단일 진단명 대신 우울 정서·우울 스타일 등 총 6단계로 세분화한 개념 체계를 상담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앱은 감정을 직접 다루기보다 식습관, 운동, 수면 같은 일상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는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 라면이나 과자, 탄산음료 섭취 등 식습관을 조절한 아이들에게서 감정이 상당히 안정되는 효과가 확인됐다"며 임상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는 대화형 상담 기능을 포함한 임상 검증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세 발표는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병원에서 인공지능이 실제로 쓰이기까지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인허가와 수가라는 제도적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결국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꾸준히 입증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보금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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