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5km 헤엄쳐 123층까지"…무더위도 막지 못한 도심 레이스

김수정 기자 2026. 7. 12. 13: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롯데 아쿠아슬론'...석촌호수 수영·롯데타워 스카이런 결합
참가자 1000명...역대 최다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롯데아쿠아슬론2026'에서 참가자들이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김수정 기자

아침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호수 주위로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몸을 풀고 있다. 호수 너머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이들이 마주할 결승선은 호수 건너가 아닌 2917개 계단의 끝, 123층이다.

12일 열린 '2026 롯데 아쿠아슬론'은 철인 3종 경기에서 사이클을 제외한 아쿠아슬론에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SKY RUN)'을 결합한 도심형 스포츠 대회다. 석촌호수 동호 두 바퀴(1.5km)를 헤엄친 뒤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는 독특한 방식으로, 올해 5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많은 약 1000명의 철인3종협회 등록 선수들이 참가했다.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롯데아쿠아슬론2026'에서 참가자들이 석촌호수를 헤엄치고 있다./롯데물산

출발 신호가 울리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힘차게 물살을 가를 때마다 수면 위로 물보라가 일었다. 선두 경쟁은 시작부터 치열했다. 한 곳에 인원이 몰리며 서로 엉키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내 각자의 페이스를 찾아 레이스를 이어갔다. 반환점을 돈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에도 쉼 없이 팔을 저었다.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물이 깨끗했다'며 입을 모았다. 참가자 A씨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호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수질이 좋았다"며 "덕분에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와 송파구가 지난 2021년부터 석촌호수 수질 개선 사업을 이어온 결과, 현재는 최대 2.4m 아래까지 보일 정도의 투명함을 확보했다. 현장에서는 수질 개선 시연도 진행됐다.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롯데아쿠아슬론2026'에서 참가자들이 롯데타워 정상의 피니시 라인은 통과하고 있다./김수정 기자

호수를 빠져나온 참가자들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롯데월드타워로 향했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건물 안으로 달려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젖은 몸으로 3000개 가까운 계단을 올랐다. 계단실은 거친 숨소리로 가득했고 곳곳에서는 "조금만 더!",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낯선 이들끼리도 격려하며 마지막 계단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피니시 지점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완주를 축하했다. 정상에서는 한강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도심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롯데타워 정상에서 만난 김나윤(35·여)씨는 "수영 중 다른 참가자들과 엉키는 상황도 있었지만 앞서 나갈 때마다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며 "경쟁하는 재미를 느끼며 레이스를 즐겼다"고 전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올해 처음 참가한 조치훈(53·남)씨는 "계단을 오르면서 '이게 인생의 오르막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길 때도 쉽게 포기할 것 같아 끝까지 올라 완주했다"고 말했다. 두 참가자 모두 내년 대회가 열린다면 다시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롯데아쿠아슬론2026'에서 종합남자부문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서광재(서울시청,2위), 맹호승 대한철인3종협회장, 김완혁(서울시청,1위), 박광준(서울시청,3위)./김수정 기자

경기 결과, 남자부에서는 김완혁(서울시청)씨가 42분59초로 우승했고 2위 서광재(서울시청·44분31초), 3위 박광준(서울시청·45분42초)씨가 뒤를 이었다. 여자부는 김태향(서울시청)씨가 46분58초로 정상에 올랐다. 장윤서(서울시청·50분34초), 황지호(10under·53분38초)씨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남자부 1위 김완혁씨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세운 기록을 깨기 위해 꾸준히 준비했다"며 "당시보다 40초를 단축해 목표를 이룰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부 우승자 김태향씨는 "처음 도전한 대회라 계단 구간이 가장 걱정됐지만, 층마다 들려오는 응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