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철 칼럼]'오늘만 살고 내일은 모르겠다'는 청와대
전력 남아도는데 '닥치고 원전' 외치는 정책실장
고준위폐기물 4년후 포화 '화장실'은 어찌할텐가

| 서울=한스경제 최형철 산업국장겸 대기자 | 이재명 정부가 표방해 온 '실용주의적 외연 확장'이 한계에 직면했다. 정파를 초월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집권 1년여 동안 보여준 고위직 인선의 면면은 실용이 아닌 '정치적 타협'과 '가치관의 혼란'으로 얼룩져 있다. 국가의 기본 틀을 흔든 인물들까지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는 현 상황은, 정권의 정통성을 믿고 지지해 준 주권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실제 현 정부가 표방한 방향성과 정반대로 가는 인물들을 발탁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외연 확장이라는 '강박관념'은 급기야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통성과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인물들에게까지 공직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쯤 되면 내란을 청산하라고 명령한 다수의 주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방향성은 불법 계엄근절과 내란극복이다.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비상계엄을 통해 나라를 통째로 손아귀에 넣어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을 한 세력과는 분명한 선을 그으라는 메시지다. 그래야 국민들이 두 발 뻗고 밤잠을 잘 수 있고, 위정자들을 믿고 생업에 종사하게 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대 놓고 내란과 계엄을 옹호한 이들에게도 화해의 미소를 보냈다.

최근에는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인준 절차를 밟고 있는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이 도마에 올랐다. 인요한은 2024년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을 옹호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고 발언했던 인물이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와 윤석열 탄핵안 표결이라는 헌법적 절차로부터 도망쳤고, 사태 이후에도 내란 행위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성찰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국민건강보험을 "사회주의적"이라 비판하며 민간보험 확대와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공공의료를 핵심 축으로 하는 적십자사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력이다. 회장으로 선출 되자마자 부랴부랴 "계엄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소신이 아니라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처세술에 가깝다. 시민단체들이 "위기의 순간에 침묵하고 동조했던 사람에게 인도주의 기관의 수장을 맡길 수 없다"고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사실상 경질된 이병태의 경우는 임명 직후부터 경고가 쏟아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귀를 닫았다. 총리급 중책에 발탁되었던 그는 SNS에 "5·18 민주화운동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법원과 역사가 이미 규명한 민주주의의 위대한 유산이다. 이를 조롱하는 인물을 정부의 요직에 위촉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사퇴 권고 형식으로 쳐낸 것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철저하게 붕괴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이재명 대통령의 마구잡이 유턴 인사와 타협적 인선은 결국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지지층에게는 깊은 배신감을, 비판적 시민사회에는 냉소와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 인사 원칙 파탄은 정책 실행력의 와해로 이어진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예 "신규 원전도 지역이 원한다면 다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은 지난 8일 한 언론사가 주최한 자리에서 원전 찬성파 패널들에게 둘러싸여 '닥치고 원전'을 외쳤다. 우리나라는 총 26기의 원전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집도다. 위험성과 폭발성을 상상하기 어렵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 전력수요는 이미 고정값으로 예측돼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전력량이 남아도는 나라다. 추가 원전 없이 발전공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송ㆍ배전망 연결과 전력 저장능력이다. 그런데도 원전이 필요하다면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를 먼저 이야기 해야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쌓여 있는 사용 후 핵연료만 55만 다발로 알려져 있다. 폐기물 저장시설은 4년후 포화상태에 이르지만 아무런 대책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다. 원전이 이른바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기후변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글로벌 흐름인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충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인사와 정책 모두 '오늘만 살고, 내일은 나몰라라'하는 위정자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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