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30조’ 목동 재건축 대전…수주에 사활 건 건설사들
올해 10여 곳 시공사 선정…승부는 2만 가구 이주 속도전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목동에서 죽기 살기로 수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달리고 있습니다. 반드시 승기를 꽂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장마가 막 시작된 7월6일, 궂은 날씨에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일대는 재건축 열기로 들떠있었다. 203만㎡에 달하는 단지 곳곳에는 건설사 현수막이 내걸렸고, 인근 버스정류장 광고판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까지 건설사 브랜드 광고가 빼곡했다. 단지 주변만 걷더라도 목동 재건축 수주전이 이미 막을 올렸다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합원들을 겨냥한 건설사들의 '베이스캠프'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단지 인근에 연 라운지에는 이날도 조합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라운지에서 재건축 상담을 받고, 건설사들은 시간대별 설명회를 통해 자사 브랜드와 설계 방향을 설명했다. 설명회를 진행한 장건희 대우건설 소장은 "조합원 한 분이 찾아와도 매일 시간대별로 설명회를 진행하며 재건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목동에 일찌감치 진을 치는 이유는 분명하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은 서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정비사업이어서다. 총공사비만 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시공사를 이미 선정한 6단지(DL이앤씨)를 제외하면 13개 단지가 순차적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올해에만 10곳 안팎의 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입찰 전부터 물밑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목동이 건설사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것은 단순히 공사비 규모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가운데 목동은 부지 규모가 가장 크고, 단지 수도 14개에 이른다는 '랜드마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최소 한 곳 이상 수주해 목동 권역에 '깃발'을 꽂아야 향후 이어질 타 지역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과 성수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독식이 많았지만, 목동에서는 정비사업 '톱10' 건설사가 모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14개 단지 동시다발 재건축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시공사 입찰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목동에 라운지를 열고 조합원 접점을 늘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3월과 5월 목동 7단지와 10단지 인근에 각각 '디에이치 라운지'를 오픈했고, 대우건설은 6월15일 '목동 써밋 라운지'를 개관하고 8·11·14단지 조합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DL이앤씨도 같은 달 목동6단지 공식 홍보관인 '아크로 목동 리젠시'를 운영했고, 롯데건설은 성수4지구 수주전을 마치자마자 목동역 인근에 '르엘 목동 라운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GS건설 등도 목동 일대 라운지 운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공고가 나기 전부터 건설사들이 지역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홍보 공영제와도 맞물려 있다. 홍보 공영제는 건설사들의 과도한 개별 홍보를 막기 위해 조합이 주관하는 공식 설명회 외에는 조합원 접촉과 홍보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특정 단지를 직접 겨냥한 홍보관 대신 브랜드 라운지 형식으로 공간을 열고 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찾은 라운지에서도 단지 모형도나 홍보 책자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홍보 공영제로 단지 내 조합원 접촉이나 특정 단지에 대한 재건축 설명이 제한돼 있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분들에 한해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주 목표지의 마지막 시공사 선정 때까지 라운지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목동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사업성이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는 대지 지분이 넓고 기존 용적률이 낮은 편이다. 현재 116~159% 수준인 용적률이 재건축을 거쳐 300~400% 수준까지 올라가면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사업비를 충당할 여지가 커진다. 최근 공사비와 이주비 조달 비용이 동시에 치솟는 가운데 목동은 서울에서도 드물게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재건축지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에는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이주비 대출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목동은 강남의 대치·압구정보다도 용적률이 낮아 일반분양으로 수익을 충당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도 용적률 혜택을 볼 수 있는 분당이 다른 신도시보다 주목받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탁이냐 조합이냐…단지별 다른 방식도 변수
목동 재건축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14개 단지가 저마다 다른 사업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현재 목동 1·2·5·9·10·11·13·14단지는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고, 이외 단지들은 소유자들이 조합을 꾸려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 권역 안에서 신탁과 조합 방식이 동시에 경쟁하는 셈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각 단지가 원하는 사업 추진 방향에 따라 신탁과 조합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어느 방식이 절대적으로 빠르거나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목동은 앞으로 신탁과 조합 방식의 사업 추진력을 비교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목동 재건축의 승부는 속도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4개 단지 가운데 어느 곳이 가장 먼저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이주 단계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사업 흐름이 크게 갈릴 수 있다. 현재는 단지별 사업 시점 차이가 크지 않지만,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 이주 단계에서 한 번 격차가 벌어지면 사업 기간은 몇 년 단위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주는 목동 재건축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먼저 이주에 나서는 단지는 상대적으로 임시 거주지를 확보하기 쉽지만, 뒤늦게 이주하는 단지는 주변 전월세 부족과 가격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지금 14개 단지의 사업 시점 차이는 최대 1년 수준이지만, 어느 단지가 먼저 이주·철거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격차가 길게는 3~4년 이상 벌어질 수 있다"며 "서울 전월세 시장이 이미 불안한 상황에서 뒤늦게 이주에 나서는 단지는 임시 거주지를 찾는 것부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주 충격을 우려해 사업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는 것이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공사비 인상과 사업 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면 정비구역 지정 총량제로 이주를 통제하기보다, 우선 사업 속도를 끌어올려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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