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HBM 이후 AI칩 새 주인공 부상
삼성·SK 증설 속 중국 YMTC도 추격… 낸드 주도권 경쟁 가속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낸드플래시가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불러와 답을 생성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뿐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낸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낸드(128Gb 16Gx8 MLC) 평균 가격은 28.8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말 5.7달러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5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이 9.3달러에서 21달러로 약 2.3배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낸드 가격 상승폭이 훨씬 가파르다.
지난해 말만 해도 D램 가격이 낸드보다 높았지만 올해 3월 이후에는 낸드 가격이 넉 달 연속 D램을 웃돌고 있다.
낸드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AI 서비스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초기에는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고속 메모리인 D램과 HBM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학습을 마친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추론을 수행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신 AI 모델은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활용해 논문과 기업 문서, 데이터베이스 등 외부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한 뒤 답변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기반 저장장치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낸드는 저장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만큼 전력 효율이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에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낸드 기반 기업용 SSD(eSSD)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메모리 업체들은 HBM 뿐 아니라 낸드도 장기공급계약(LTA)으로 계약·공급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낸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730억달러에서 올해 3601억달러로 급증한 뒤 내년에는 4892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업체들은 공급 확대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평택 P5와 P5-2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해 낸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2위 SK하이닉스도 청주에 약 8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낸드 생산기지인 M17을 건설한다. 내년 착공해 2029년 상반기 클린룸을 열겠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가 신규 낸드 팹을 짓는 것은 2017년 M15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마이크론, 샌디스크도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낸드 양산과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키옥시아는 이달 AI 데이터센터용 10세대(BiCS 10) 낸드 양산을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 최대 낸드 업체인 YMTC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옴디아는 YMTC의 낸드 생산량이 올해와 내년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 8%에서 올해 1분기 13%까지 확대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의 수요는 낸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서버용 제품인 eSSD의 비중은 2026년 1분기 전체 낸드 시장의 43%를 차지했으며, 연말에는 60% 이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1분기 낸드 시장 매출은 2023년 연간 매출을 이미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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