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마이크론 ‘메모리 3사’, 캐파 전쟁 불붙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사상 최대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한 투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각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달리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12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90% 증가한 1조5112억달러(약 22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시장은 전년보다 250% 급증한 8039억달러(약 121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 행사를 계기로 나온 SK하이닉스 경영진의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CNBC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AI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려도 고객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공급 측면에서 내년은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며 메모리 수요가 2030년대까지도 생산능력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기대감 속에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 첫 거래일 공모가 대비 13%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성장 기대를 반영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AI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5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2030조원을 투자하고 호남권에도 4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생산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용인 클러스터 첫 번째 팹의 가동 목표를 기존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 하반기로 추진하며 생산능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약 40조원의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건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호남권에도 4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요구도 투자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마이크론의 뉴욕주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 역시 미국 내 추가 반도체 공장 투자 가능성에 대해 “적합한 장소가 있다면 투자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이크론도 미국 중심의 생산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2035년까지 미국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확대하고 전체 D램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요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에도 실제 생산능력 확대는 2027년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공급 부족으로 중국 업체들도 기회가 커지고 있다. 최근 애플이 가격 부담을 이유로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D램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8%로 높아졌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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