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한다면서 태도가"...청년 구직자 울리는 '채용 갑질'

김미지 기자 2026. 7. 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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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말 바꾸기', '모욕 면접'에 입사 전부터 시달려
불이익 두려워 신고도 못 해…"행정 감독 강화해야"
'2026 수원시 일자리 박람회' 경기일보 자료사진


#. 졸업을 앞둔 20대 대학생 A씨(군포)는 두 달 전 한 기업의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측은 사전에 안내했던 ‘계약직 근무’ 대신 ‘프리랜서 계약 및 4대 보험 미보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학교에 조기 취업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선 4대 보험 가입 증명이 필수였기에 매우 곤란한 제안이었다. A씨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보험 가입을 요구하자, 돌아온 것은 허망한 ‘합격 취소’였다. A씨는 “채용절차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기업에 직접 항의하거나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심지어 메신저나 전화로 통보받은 것이 아니라 회사로 불러내 구두로 통보한 것이라 증거로 쓸 수 있는 기록도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년 취업난 심화 속에 청년 구직자의 절박함을 빌미로 한 ‘채용 갑질’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 취업난의 고질적인 원인이 구직자들의 의지 고갈이 아닌 기업들의 비상식적인 채용 행태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보장이나 4대 보험 가입 같은 기본적인 법적 의무마저 외면하면서, 구직자에게는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당한 대우에도 취업 현장의 청년들은 좁은 취업 시장에서의 낙인이 두려워 피해 구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황당한 면접을 경험했다는 20대 취업 준비생 B씨(용인)는 “직무 역량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적인 연애 경험이나 부모님의 직업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면접관은 취득한 자격증 분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했다”며 “취업이 간절해 무례한 질문에도 성의 있게 답변했지만, 면접관은 관심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끝까지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아직까지 지인 추천으로 채용하거나 친분이 있는 업계 종사자들끼리 면접 응시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게 현실”이라며 “괜히 나쁜 소문이 돌아 동종 업계에서 영영 배제당할까 봐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같은 청년 구직자들의 설움은 최근 통계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청년(Z세대) 구직자 1천6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는 면접 과정 중 부당하거나 불쾌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외에 채용 과정에서의 불친절한 사전 안내나 면접관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는 답변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가장 불쾌했던 상황으로는 '사적인 질문'이 33%로 1위였고, '면접관의 불성실한 태도'는 12%로 뒤를 이었다.

A씨나 B씨와 같은 사례는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눈이 높아 취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존중과 법적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기업들이 넘쳐나서 안 가는 거다”, “간신히 서류와 필기를 통과해도 면접장에서 갑질을 당하고 나면 구직 의지 자체가 꺾여버린다” 등의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기업에 대한 행정 감독을 강화하고,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청년들을 위해 전담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채용 과정의 부당함을 문제 삼아봐야 구직자가 얻을 실익은 적고 연관 업종 내 불이익 우려로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개인적 토로에 그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명백한 채용절차법 위반인 만큼 지자체와 노동관청이 강력한 불이익을 줘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청년들이 안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불법적 갑질 기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독 기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지 기자 unknow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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