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받아도 빠듯"…집 한 채 75세 부부의 노후 해법
아파트 시세 22억원
현금은 3000만원뿐
집 줄여 10억원 유동성 확보
'제2의 연금' 만들기

A. 은퇴 후 자산 관리의 핵심은 총자산 규모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있다. A씨는 겉으로는 20억원대 아파트와 공무원연금을 받는 안정적인 은퇴자로 보인다. 실제로는 총자산 대부분이 거주 주택 한 채에 묶여 있고, 생활비로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은 3000만원에 그친다.
우선 검토할 선택지는 ‘거주 공간 다이어트’다. 자녀가 독립한 70대 부부에게 84㎡ 아파트는 관리비와 보유세 부담이 큰 자산일 수 있다. 현재 거주 중인 과천 안에서 평수를 줄이거나, 생활권이 비슷한 평촌·의왕 호계 등 인근 지역의 59㎡ 아파트로 옮기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과천 아파트를 22억~23억원에 매도하고, 10억~11억원 수준의 주택으로 갈아타면 세금과 거래비용을 감안해도 약 10억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히 집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집에 묶인 자산 일부를 노후 생활자금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확보한 10억원은 한꺼번에 소비하거나 예금에만 넣어둘 돈이 아니다. ‘제2의 연금’ 역할을 하도록 나눠 운용해야 한다. 우선 2억원은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정기예금 등 단기 금융상품에 배분해 비상자금으로 둔다. 고령기에는 의료비, 간병비, 주택 보수비가 갑자기 발생할 수 있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3억원은 국채와 우량 회사채 등 안정적인 이자형 자산에 배분하는 전략이 적합하다. 채권은 고수익 자산이라기보다 전체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또 2억원은 월지급식 인컴펀드나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에 넣어 생활비 보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월지급식 상품은 원금 일부를 분배금처럼 지급하는 구조가 있을 수 있어 실제 운용수익과 분배 재원을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2억원은 국내외 배당 ETF에 나눠 담는 방안이 있다. 우량기업의 배당을 기반으로 정기 수입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머지 1억원은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에 배분할 수 있다. 직접 상가나 오피스텔을 사지 않고도 임대수익 성격의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금리와 부동산 경기 영향을 받는 만큼 비중은 10% 안팎으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처럼 10억원을 분산 운용해 연 4% 안팎의 수익을 목표로 하면 연간 약 4000만원, 월평균 약 330만원의 추가 재원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공무원연금과 합치면 월 700만원 안팎의 생활자금이 마련된다. 기본 생활비뿐 아니라 의료비 증가, 여행, 문화생활, 가족 행사비에도 한층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세금과 건강보험료는 반드시 함께 따져야 한다. 금융소득이 늘어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고,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품을 고를 때는 세전 수익률보다 실제 손에 남는 세후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저축성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 등 방카슈랑스 상품도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중도해지 손실, 수수료, 연금 수령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 보유 여부도 점검 대상이다. 2000cc급 승용차는 세금과 보험료 외에 정비비, 유류비, 주차비까지 부담이 적지 않다. 운전 빈도가 낮다면 차량 처분이나 다운사이징만으로도 반복 지출을 줄일 수 있다.
A씨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더 공격적인 투자가 아니다. 고가 주택에 묶인 자산을 일부 유동화하고, 이를 생활비가 나오는 구조로 바꾸는 일이다. 노후의 여유는 집값이 아니라 매달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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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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