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가 줄긴 했다, 그게 정책 때문일까 [데이터로 보는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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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각양각색의 사람이 등장한다. 2022년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반지하 주택 침수 참사가 일어났을 때 현장을 찾은, 당시 대통령직에 있던 윤석열씨의 표정이 그랬다.
적어도 지하·반지하 주택이 줄어드는 현상에는 어떤 정책적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반지하 주택을 정책적으로 없애는 게 바람직한 방향인지, 현실적인지 따져보고 논의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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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진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각양각색의 사람이 등장한다. 유독 기억에 남는 표정이 있다. 2022년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반지하 주택 침수 참사가 일어났을 때 현장을 찾은, 당시 대통령직에 있던 윤석열씨의 표정이 그랬다. 마스크를 쓴 채 우산을 받쳐 들고 쪼그려 앉아 물끄러미 반지하 창 너머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공허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주택가 한가운데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어떤 안타까움이나 슬픔, 공감 그 무엇도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눈빛이라니, 기이함까지 느껴졌다. 대통령실은 생각이 달랐는지 그 사진을 카드 뉴스로 만들어 배포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판을 많이 받았다.
참사 이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여러 대책을 내놨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지하·반지하 주택의 침수 피해를 막을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물막이판 설치가 대표적이다. 서울은 전국에서 지하 및 반지하 주택이 가장 밀집한 도시라, 대책 역시 서울시에 집중됐다. 2024년 6월 서울시는 침수 우려 반지하 주택 1만5100가구에 물막이판과 역류방지기를 설치했다. 다만, 2023년 서울시가 물막이판 등이 필요하다고 밝힌 가구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물막이판은 근본적인 조치는 아니다. 지하 및 반지하 주택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반지하층을 포함한 주택을 시가 공공매입해 커뮤니티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방식으로 20년에 걸쳐 반지하 주택을 전부 없애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공공매입을 통해 반지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진척은 더뎠다. 서울시 대책의 경우, 사고 뒤 9개월이 지난 5월 말까지 매입한 반지하 주택 수는 100호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 해 매입 목표가 5200여 호였다는데 많이 미달했다. 실적으로 따지면 약 2%인데, 이쯤 되면 애초 언급한 목표가 진지하게 달성을 전제한 목표였는지 조금 의아해진다. 국토교통부 역시 비슷했다. 2023년 6월 말 설명 자료에 따르면 그해 매입 심의를 완료한 주택 수는 800호 남짓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는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매수 뒤 신축하는 방식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세대만 따로 공공이 매입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도권 쏠린 반지하, 최다는 신림동
데이터를 다루는 일의 미덕은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주제를 계속 들여다볼 수 있다. 정책이나 정부 발표가 실효가 있는지 꾸준히 점검할 수 있다. 정부가 은근슬쩍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부분도 계속 보게 된다. 지하·반지하 주택 추이도 답답해서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어려웠다. 정확한 지하·반지하 주택 수 자료가 없었다. 사고 다음 달인 2022년 9월, 서울연구원이 건축물대장 등 자료를 이용해 2021년 12월 기준 서울 시내 지하 및 반지하 주택 수를 추정했는데, 이게 그나마 기준으로 삼을 만한 수치였다. 이에 따르면 서울 내 지하·반지하 주택 수는 약 20만 2740호였다. 같은 해 서울 전체 가구수의 약 5%다.

서울연구원 분석을 단서 삼아 데이터를 파악했다. 매달 말 공개되는 건축물대장 층별 개요를 이용하면 전국의 건축물 2000만 채 이상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다가구와 단독, 다세대, 다중주택에 속하면서 지하에 있고, 다용도실이나 주차장 등이 아닌 주택으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호수를 구했다. 가구나 세대가 표시된 경우를 모두 고려해 계산하면 총 26만 호가 나오는데, 서울연구원 분석과 동일한 전제를 적용해 일부 주택의 가구수를 합치면 2022년 7월 기준 20만2800호가 된다. 서울연구원의 추정치와 거의 비슷한 값이다.
전국의 지하 및 반지하는 37만6000호로 추정됐다. 상위 지자체 대부분은 수도권이었다. 시군구에서는 서울 관악구가 약 1만5000호로 1위였다. 법정동 단위에서는 관악구 신림동이 8000호가 넘어 1위였다. ‘참사’가 신림동에서 벌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일단 한 번 분석을 하면 이후부터는 같은 기준으로, 마치 스냅사진을 찍듯 주택 수를 추정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변화를 살펴본 것은 참사 뒤 첫 장마를 앞둔 2023년 6월이었다. 당시 구할 수 있던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4월까지 변화를 보면, 9개월간 수도권에서 2100호, 서울에서 2200호의 지하·반지하 주택이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이 지하 및 반지하 주택 수 감소 추세를 견인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서울에선 이 기간 한 달에 240여 호씩 줄었는데, 정책의 결과인지는 모호했다. 줄어든 호수가 특정 법정동에 심하게 쏠려 있어서, 재개발 등으로 단순히 자연 소멸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가장 최근에는 5월 말 나온 올해 4월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사 전달인 2022년 7월 이후 4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서울의 지하·반지하 수는 약 19만5800여 호로, 약 7000호 줄었다. 월 155호꼴이다. 사고 후 첫 9개월간 월 240호 수준으로 감소한 것에 비해 줄어드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모니터링하는 내내 이 수치는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기에 의미가 크지는 않다. 다만 현재 속도라면, 약 20만 호의 서울 내 지하·반지하 주택을 다 없애는 데 100년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사 직후 발표한, 20년 이내에 모두 없앤다던 서울시의 목표와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45개월 동안 지하·반지하 주택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시군구는 서울 동작구였고(약 1100호), 법정동 단위에서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과 서울 은평구 갈현동이었다(각각 약 560호). 그 뒤를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동작구 흑석동이 이었다. 이들은 45개월간 450호 내외 감소했다. 관악구는 같은 기간 약 170호 감소해, 반지하 주택 규모에 비해서는 변화가 적었다.
3년 넘게 살펴보다 보니, 몇 가지 특성이 보였다. 전국, 수도권, 서울 모두 시간이 흐르면서 지하·반지하 주택의 절대 수는 줄어들었다. 다시 늘어나는 경우는 없고 꾸준히 줄기만 했다. 다만 변화 폭은 미미했다. 서울의 경우, 줄어드는 속도는 월 100~250호를 오르내렸다. 이는 전체 반지하 주택 수 약 20만 호 대비 0.05~0.1% 정도다. 특별히 변화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경향은 없었다.
야심 찬 발표에도 변화는 미미했다
감소를 이끈 지자체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 초기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감소 폭이 컸는데, 2024년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가 늘고, 2025년 동작구와 은평구와 경기도 광명시가 크게 늘었다. 갑자기 특정 수도권 법정동에서 수백 채씩 줄어드는 일이 생기는 게 원인인데, 찾아보면 해당 법정동에서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았다.

이 모든 특징을 종합하면 한 가지 결론이 떠오른다. 적어도 지하·반지하 주택이 줄어드는 현상에는 어떤 정책적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재개발 등 이슈로 자연히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5년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95% 이상이 20년 이상, 67%는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었다. 물론 반지하 주택을 정책적으로 없애는 게 바람직한 방향인지, 현실적인지 따져보고 논의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면 2022년 참사 직후와 2023년 첫 장마 이전에 쏟아져 나왔던, 이 같은 주택을 없애겠다던 야심 찬 발표는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궁금하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는 또 눈여겨볼 부분이 있었다. 가구수 집계였다. 지하·반지하에 사는 가구는 전국 기준으로 39만 가구가 넘었고, 수도권에만 38만 가구가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경향신문〉의 ‘반지하 실태 보고서’ 기사의 추정치(36만3896가구)나,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의 전국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수(32만7000가구)보다 오히려 늘었다. 서울에는 25만 가구가 있었다. 이 역시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기존 추정치나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았다. 내가 추정해본 주택 수 가운데는, 다가구 등 일부 주택의 가구수를 합치지 않고 모두 따로 고려한 값(26만)과 오히려 가까웠다. 숫자 속의 지하·반지하 주택은 최소치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지하 및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수는 거의 6%에 이른다. 수도권 가구 중에서는 3.5%, 전국에서는 1.8%가 지하나 반지하에 산다. 100가구 중 두 가구는 올해 유난히 거셀 장맛비를 생존의 문제로 볼 것이다. 물막이판을 두드리는 흉포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과연 충분히 안심할 수 있을까.
윤신영 (과학 저널리스트)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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