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랑의 숙원인데…신내동 공터 채울 SH '절반?'
사업비 71% 껑충…388가구 주택 분양 카드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8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빈 땅이 있었다. 철제 가림막으로 둘러싼 다른 공사 예정지와 달리 이곳은 아크릴 방음벽 너머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입구엔 2021년 코로나 때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한다는 안내문과 각종 지게차 광고 스티커가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20년 넘게 방치된 이 땅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 건물이 들어선다. 벽면에 'SH공사 건립 예정 부지'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그 앞엔 SH 신사옥 건립이 '신내1동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거란 현수막 문구가 보였다. 바로 옆 망우본동의 신축 주상복합에도 '경축 SH 본사 이전 본격 추진' 현수막이 걸렸다.

주택 팔아 신사옥 사업비 충당
중랑구에 따르면 SH 본사를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 리츠' 출자 시행 동의안은 지난달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사업이 본격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새로 짓는 건물에는 상업·업무시설과 600석 규모 공연장, 388가구의 분양주택이 들어선다. 내년 하반기 착공, 2031년 준공이 목표다.
2019년 서울시 발표로 시작된 SH본사 이전 사업은 강남구 개포동에서 중랑구 신내동으로 아예 이사하는 것이었다. 명분은 강남·북 균형발전이다. 5년간 4800억원의 경제효과와 4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서울시의 기대였다. 2018년부터 3선째인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이 계획대로 SH 본사 전체를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개포동 사옥은 그대로 두고 일부 부서만 신내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변경됐다. 낮은 사업성과 재원 부족이 그 이유였다. 개포동 사옥을 매각하고 본사 전체를 이전하는 계획은 재무적 타당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SH는 개포동 사옥을 3200억원(2023년말 기준)에 매각하고도 추가로 590억원을 조달해야 했다. 강북 이전에 대한 SH 노조 반발도 강했다.
이에 본사 일부만 이전하는 대신 공동주택을 388가구(전용 59㎡ 194가구·84㎡ 194가구) 추가해 사업성을 보전하도록 2023년에 계획을 변경했고 최근 서울시의회의 검토를 받았다. 총사업비는 3708억원에서 5151억원으로 71% 증가했다. SH 신사옥 규모는 연면적 6만5000m²에서 1만379m²로 감소한 반면 공동주택은 연면적 6만1079m²로 전체 건물의 72.3%를 차지하게 됐다.
중랑구 관계자는 "공동주택 가구 수는 현재 사업비에 맞춘 거라 변동될 여지는 있지만 용적률이 한정적인 만큼 비슷하게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며 "시의회에서 사옥 규모를 확대하란 조건을 내건 만큼 분양주택 규모가 줄 순 있어도 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SH 관계자는 "사장실 및 직속 부서를 이전하고자 했으나 인원을 확대하라는 시의회 주문이 있어 2개 이상 본부를 이전할 계획"이라며 "이전 규모나 시기는 논의 중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아쉽지만…그래도 호재?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이러한 계획에 대해 '수익 시설 분양을 통해 건설비를 충당하는 구조로 사업 타당성이 확보된다'는 의견을 냈다. 윤은정 수석전문위원은 "SH 사옥 건립보다 공동주택 위주의 복합개발 사업으로 전환된 측면이 있어 SH가 수익사업에 투자한 것이란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사업성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봤다.
일부 부서 이동에 대해서는 "시민 접근성, 직원들의 근로조건 변화 등 문제가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주거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시민들의 접근 문제와 다수 SH 직원의 통근 여건은 유지될 수 있는 절충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초 정책 목표인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오히려 SH 업무상 비효율이나 행정비용 낭비가 발생하지 않을지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SH 본사 이전을 기대했던 신내동은 김빠진 모습이었다. 신내역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개발사업본부 같은 핵심 부서는 빠지고 경영본부가 온다니 아쉽다"라며 "처음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돼서 주변 상권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주민은 "황무지처럼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뭐라도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래도 SH가 들어와 주변 유동 인구가 늘 테니 좋은 이슈"라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SH 이전이 긍정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중랑구 부동산에 큰 호재로 작용하기엔 어렵다. 일자리가 더 많이 형성돼야 한다"며 "교통적인 한계가 개선되려면 상봉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조속히 개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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