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월드컵 축구공, 과학과 만나 ‘진화하는 중’

이준기 2026. 7.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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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에서 만고불변의 진리는 ‘공은 둥글다’이다.

제1회였던 1930 우루과이 월드컵 결승에선 어떤 축구공을 사용할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펼쳐졌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서로 자국의 공을 사용하겠다고 고집한 끝에 결국 전반에는 아르헨티나 공을, 후반에는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흥미롭게도 전반에는 아르헨티나가 2-1로 앞서다가 후반에 우루과이가 2-4로 역전하면서 축구공이 경기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공인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70 멕시코 월드컵부터다.

최초의 공인구 ‘텔스타’는 공을 둥그렇게 만들기 위해 정다면체 중 면이 가장 많은 정이십면체를 이용했다. 정이십면체는 정삼각형 20개로 구성되며 12개의 꼭짓점에서 각각 5개의 정삼각형이 만나는 형태다.

이 12개의 꼭짓점을 균일하게 깎으면 정오각형이 생기는데, 결국 20개의 정육각형과 12개의 정오각형이 조합된 형태로 바뀐다. 정오각형 부분을 검게 칠한 것이 바로 축구하면 떠오르는 점박이 축구공이다.

일러스트=유진성 작가.


32개 패널로 된 점박이 축구공은 2002 한·일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까지 32년 동안 계속 사용됐다.

그런데 일부 선수들은 점박이 축구공을 놓는 방향에 따라 축구공의 궤도가 미세하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프리킥을 찰 때면 공을 바닥에 바로 던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면으로 조심히 내려놓는 선수도 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이것이 선수들의 착각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물리적 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축구공 패널 구성에 따른 이음새의 위치 변화가 비행 시 공 후류의 공기흐름을 바꿔 공의 비행 특성을 달라지게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32개에 달하는 패널을 꿰매 만든 축구공은 이음새가 지나치게 많아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공기 저항이 불균형해 비행 궤도도 불안정했다.

결국 더욱 공정한 경기를 위해 패널을 줄여 공을 더욱 완전한 구에 가깝게 만드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어졌다.

2006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는 14개 패널,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는 8개 패널, 2014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는 6개 패널,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인 ‘델스타18’는 6개 패널을 사용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인 ‘알 리흘라’는 20개 패널로 잠시 늘기도 했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공인구인 ‘트리온다’는 역대 최소인 4개 패널을 사용한다.

다만, 패널 수를 줄였더니 공의 표면이 지나치게 매끈해지면서 공기 저항이 줄고 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의 흔들림이 커졌다.

이에 과학자들은 축구공의 표면에 공기 저항을 받을 수 있는 돌기 구조를 새겨 축구공을 찰 때 미끄러짐을 줄이고 공의 불안전성도 막았다.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공 표면의 돌기는 격자무늬, 삼각형 무늬, 작은 딤플 형태, 작은 돌기 형태 등이 사용되며 공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걸 방지했다.

트리온다는 4개 패널의 봉합선을 의도적으로 깊이 파고 공 표면에 라인을 새겨 공기 저항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비행 안정성을 높였다.

또 관성측정장치를 4개의 패널 중 하나에 심고 나머지 3개 패널에 균형추를 달아 무게 중심을 완벽히 맞췄다.트리온다의 관성측정장치는 공의 가속도나 회전 속도, 충격 방향, 접촉 시점 등 데이터를 초당 500회 수집해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초정밀 데이터가 경기장 내 추적 카메라가 수집한 선수들의 위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결합돼 AI 알고리즘을 거치면서 오프사이드나 핸드볼 등의 판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게 됐다.

지난 1세기 동안 진행됐던 완벽한 구를 향한 축구공의 여정이, 이제는 스마트기술을 만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KISTI 제공>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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