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난 것도 아닌데 일주일에 1만 명 이상 사망‥불 뿜는 폭염 [기후인사이트 37 | 인싸M]

김승환 cocoh@mbc.co.kr 2026. 7. 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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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하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집계. (출처: 각국 발표 종합)

기록적인 초여름 폭염으로 1만 명 이상 사망

지난달 하순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1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근 독일 통계청은 6월 22일부터 28일 사이 일주일간 독일에서 23,662명이 숨졌는데, 이같은 사망자 수는 이전 3년간(2022년~2025년) 평균보다 5,486명이나 많아 30%나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보건당국(RKI)은 올들어 지금까지 폭염으로 5,120명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의 사망자가 6월 하순에 집중됐다고 말했습니다. 그중 83%는 75세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이번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 잠정치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집계를 보면, 프랑스 2,025명, 벨기에 1,747명, 스페인 1,029명, 네덜란드는 480명이었습니다.

집계 기간은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6월 하순에 집중적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5개국의 초과 사망자만 1만 명이 넘습니다.

이 집계는 잠정치로, 시간이 지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 피해를 본 다른 나라들의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독일 사망자 수 (2026년 6월 22일~6월 28일) : 노란색은 올해, 흰색은 지난해 사망자 수. 6월 하순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을 강타하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출처: 독일 통계청, 블룸버그)

"폭염 사망자 2만 명 넘을 수도 있다"

이번 폭염의 전체적인 인명 피해는 얼마나 될까요? 최대 2만 명이 넘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습니다.

미국 연구진(인디애나대)이 유럽 900여 개 지역의 기온과 사망률 자료를 이용해 구축한 폭염-사망 통계 모형을 적용해,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초과 사망자 수를 추정한 결과, 유럽 전역에서 2만 명이 넘는(20,390명) 폭염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최신 자료와 추정 방법에 따라 다양한 추정치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연구진의 분석과 독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률 급증 추세를 보면 실제 인명 피해 규모는 각국이 지금까지 집계한 잠정치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같은 피해 규모가 놀라운 것은 6월이 초여름이고, 본격적인 여름인 7~8월은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파리 시내의 약국 전광판 기온이 44℃를 가리키고 있다. (왼쪽, 6월 26일 촬영, 출처: Wikipedia). 프랑스의 최고기온-사망률 함수 관계 (오른쪽, 출처: 미국 인디애나대): 대략 22℃가 넘을 때부터 사망률이 늘기 시작해 40℃가 넘으면 30%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역사에 남을 폭염, 이런 초여름 폭염은 없었다"

연구진은 일 최고기온이 40℃를 넘으면 25℃일 때보다 사망률이 6%나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습니다.

6월 하순 유럽 각국에서 기록된 최고기온은 스페인 45.1℃, 프랑스 44.3℃, 독일 41.7℃ 등 많은 나라에서 40℃를 넘었고, 수백 곳의 관측소에서 6월 최고기온 신기록이 경신됐습니다.

독일 기상청은 이번 폭염을 ‘역사에 남을 폭염’으로 규정하고,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독일은 물론 유럽 여러 지역에서 이처럼 길고 강렬한 폭염이 초여름에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폭염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기후인사이트 34편을 참고해 주세요.)

6월 하순 독일에서 기록된 최고기온(왼쪽)과 최저기온(오른쪽)의 일부: 많은 지역의 최고기온이 40℃를 넘었고, 최저기온은 초열대야 기준인 30℃에 육박했다. (출처: 독일 기상청)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영국의 기후 분석 전문기관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은 폭염의 강도와 발생 시점을 놓고 볼 때, 유럽을 강타한 이번 폭염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1970년대 중반(1976년)의 유럽이었다면, 올해와 비슷한 폭염형 기압 배치에서도 기온이 3.5℃는 더 낮았을 것이며, 2천년대 초(2003년)까지만 해도 올해보다 2℃가량 낮아 지난달과 같은 극단적인 6월 폭염은 불가능하거나 발생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폭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자연재해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염을 제외한 어떤 자연재해도 매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습니다.

6월 하순 유럽 열돔 (왼쪽, 6월 22일~28일 500hpa 지위고도 편차, 출처: C3S) :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을 뒤덮는 초강력 열돔이 출현했다. 체감온도 신기록 경신 지역 (오른쪽, 출처: WWA) 유럽 854개 도시 중 380개 이상의 도시에서 체감온도 신기록이 경신됐다.

이번 폭염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에 대한 유럽의 적응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유럽은 2003년 대폭염 이후 조기경보 체계 구축과 폭염 쉼터 확대, 취약계층 보호 등 적응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일부 폭염에서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40℃를 넘는 극한 고온에서는 기존 대책만으로는 막기 힘들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극심해진 폭염이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시험

연구진은, 유럽의 많은 주택과 학교, 교통 시스템, 에너지 기반 시설은 장기간 지속되는 극심한 폭염에 대비해 설계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전통적으로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유럽에서도 최근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기온이 파리협정의 1차 저지선인 1.5℃ 선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극심해지고 있는 폭염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WWA 연구진은 폭염 위험은 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도시 열섬과 노후화된 건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폭염 노출 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며, 이는 폭염에 강한 도시를 설계하고 자연 냉방, 공평한 적응 대책 등이 시급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폭염에 맞서 에어컨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에너지 시스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나은 도시 계획, 더 엄격한 건물 에너지 규정, 그리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어컨을 쓰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적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더 상승해 40℃에서 45℃ 안팎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이 뜨거운 도시에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폭염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대책을 서둘러 수립하면서, 지구의 기온이 더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 올여름 북반구를 뒤덮는 열기가 세계와 우리나라에 보내는 경고입니다.

프랑스 파리 장례식장 관계자:

<김승환 논설위원>


[관련 기사] ▶ 유럽 또 최악의 폭염‥6월인데 40도 돌파. 유럽은 왜 이런가? [기후인사이트 34 | 인싸M]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31599_29123.html

김승환 기자(coco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36704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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