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반대할까 [도예리의 디지털자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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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디지털화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발행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선을 긋는 반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포용하되 CBDC를 통화 시스템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이 발행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으로도 달러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로 확산될 경우 외환관리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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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달러 영향력 확대
비기축통화국 韓, 공존 모색
원화 국제화 전략도 과제

미국과 한국의 디지털화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발행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선을 긋는 반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포용하되 CBDC를 통화 시스템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온도 차는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양국의 통화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의 CBDC 반대 기조는 확고하다. 마이크 셀리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디지털자산시장 실무 그룹은 CBDC가 미국인에게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 행정부에서 미국의 CBDC는 결코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은 정부가 자신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검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CBDC가 정부의 금융 감시와 거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CBDC 발행을 2030년까지 제한하는 조항이 담긴 로드 투 하우징 액트를 통과시켰다. 2030년 이후에도 연준이 CBDC를 도입하려면 의회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즉시 서명하지 않았다. 법안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공화당이 추진하는 핵심 법안 처리를 위한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대신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지니어스액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준비자산 규제를 제도화하며 민간 기업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정부가 직접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기보다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거래와 결제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으며 사실상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통화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이 각각 특화된 용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CBDC와 이를 토대로 발행되는 상업은행의 예금토큰이 디지털 통화 생태계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양국의 접근법이 다른 배경에는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민간이 발행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으로도 달러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로 확산될 경우 외환관리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CBDC를 통화 시스템의 안전판으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 한국의 통화 환경에 맞는 디지털 통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와 예금토큰, CBDC 모델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의 핵심 쟁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의한 원화 결제 대체가 아니라 디지털 통화 질서에서 원화의 역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외환규제를 우회하는 통로가 아니라 원화 국제화를 통제된 방식으로 실험하는 인프라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예리 기자 yeri.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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