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군 마라톤서 취사병 사망…사단장 등 4명 검찰 송치

이실유 기자 2026. 7. 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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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평가·체력 점검 없이 대회 강행…군의관도 현장에 없어
경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사단장 등 4명 불구속 송치
현충원에 잠든 故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 연합뉴스


폭염 속에서 안전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진행된 군부대 마라톤 대회에서 20대 병사가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단장을 포함한 군 관계자 4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1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육군 8사단 사단장 등 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육군 8사단은 지난해 9월5일 경기 포천천 일대에서 6·25전쟁 영천대첩 승전을 기념하는 9.13㎞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입대한 지 4개월 된 취사병 지수혁 일병도 대회에 참가했다. 지 일병은 약 8㎞ 구간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열사병으로 인한 장기 손상 등으로 끝내 숨졌다. 이후 지 일병은 상병으로 추서됐다.

수사 과정에서 부대가 첫 마라톤 행사를 추진하면서 사전에 위험 요인을 살피고 대책을 세우는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회 당일 포천의 최고기온은 31도에 달했고 습도도 약 70%로 높았지만, 참가자들이 장거리 달리기를 소화할 체력이나 경험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회를 앞두고 충분한 훈련 기간도 제공되지 않았다.

취사병으로 근무한 지 일병은 야전훈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장병들의 체력단련 시간에도 식사 준비 업무를 맡아 평소 운동할 기회가 부족했다. 대회 전 연병장에서 약 4㎞를 한 차례 달린 것이 사실상 유일한 준비 훈련이었다.

또한 지 일병은 대회 당일에도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아침 식사 준비와 정리 업무를 마친 뒤 곧바로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대가 예하 부대에 하달한 ‘기초체력이 비슷한 전우조 편성’는 지침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 일병은 자신보다 체력과 달리기 경험이 많은 선임병사, 부사관과 함께 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들은 이 과정에서 지 일병이 자신보다 체력과 달리기 경험이 많은 상급자들과 함께 달리며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 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군의관은 현장에 없었으며 간호장교는 직접 대회에 참가했다. 쓰러진 지 일병은 의료 장비를 갖춘 구급차가 아닌 군용 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군 수사기관은 영관급과 위관급 지휘관 2명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그러나 대회를 기획하고 시행을 지시한 사단장 등 상급 지휘관은 당시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가족은 이후 사단장을 비롯해 지 일병과 함께 달린 선임병사와 부사관 등을 직접 고소했다.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경찰은 위험성 평가와 관리·감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사단장에게도 있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사단장을 포함한 군 관계자 4명이 송치됐다.

다만 경찰은 선임병사와 부사관의 경우 행사 운영과 관련한 권한이나 책임이 없고, 사고 당시 법적 책임을 물을 만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송치했다.

유가족은 “함께 달린 선임자들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체력적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달리기를 중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불송치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지수혁 일병의 억울한 죽음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안전을 도외시한 채 성과주의에 매몰된 지휘부의 명백한 책임”이라며 “다시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청년들이 허망하게 희생되는 비극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실유 기자 lsy080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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