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혈액세포가 인간 정자로, 인공 고환에서 성숙
고환 세포와 섞어 생쥐 신장에 이식, 배양

미국 과학자들이 사람 혈액 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를 정자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고환 세포와 같이 성숙시켜 인체 환경에 더 가까워졌다. 아직 정자 전 단계 세포지만 앞으로 인간 정자 발달의 초기 단계를 연구하고 남성 불임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성 불임 사례의 약 40%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사키 고타로(Kotaro Sasaki)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 세포로 만든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미성숙 정자로 분화시켜 쥐의 신장에 이식한 인공 고환 조직에서 배양했다”고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에 발표했다.
◇인공 고환을 생쥐 신장에 이식
iPS세포는 피부 세포나 혈액 세포처럼 이미 다 자란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넣어 발생 초기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에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자란다.
사사키 교수는 2015년 일본 교토대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을 때 인간 iPS세포를 정자와 난자로 분화되는 초기 배아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20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간의 미성숙 정자 세포를 생쥐의 고환 세포와 같이 섞어 배양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러면 실제 인체처럼 고환 세포가 미성숙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제공한다. 하지만 정자 발달의 초기 단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iPS세포에서 나온 정자 전 단계 세포를 고환 세포와 섞은 다음, 생쥐 신장에 이식했다. 그러자 세포들은 스스로 고환에서 정자가 생성되는 곳처럼 관상 구조로 바뀌었다. 이식 6개월 후, 인간 세포들은 정모세포로 발달했다. 정모세포는 감수분열을 거쳐 꼬리가 달린 정자가 된다. 마카크 원숭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정모세포를 만들었다.
이번 연구도 아직 한계가 있다. 정모세포는 성숙한 정자로 분화하지는 못했다. 원숭이 세포도 마찬가지였다. 사사키 교수는 인간 정모세포가 종(種)이 다른 생쥐 신장 세포의 도움을 받아 자란 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정자가 자라려면 주변 비생식 세포는 물론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의 호르몬 신호도 필요한데, 생쥐에서 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연구를 발전시켜 iPS세포로 만든 인간 정모세포가 실질적인 정자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줄기세포와 난자, 정자를 이용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사키 교수가 이런 법적 규제와 윤리적 논란을 피하려고 같은 연구를 마카크 원숭이를 대상으로 계속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의 정자·난자 연구도 활발
iPS세포로 생식세포를 만드는 연구는 빠르게 발전했다.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2011년 피부 세포로 iPS세포를 만들고 이를 정자로 자라게 했다. 2012년에는 같은 방식으로 난자까지 만들었다. 정자와 수정시켜 태어난 암컷은 나중에 정상적으로 후손을 낳았다. 규슈대 연구진은 2023년 엄마 없이 아빠가 아기를 낳을 길도 열었다. 수컷 쥐의 iPS세포를 난자로 분화시키고 정상 정자와 수정시켜 후손까지 탄생시켰다.
인간 iPS세포를 이용한 연구도 성과를 거뒀다. 교토대 연구진은 2024년 혈액 세포로 만든 인간 iPS세포를 정자와 난자 전 단계까지 분화시켰다. 하지만 생쥐처럼 수정과 출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진 역시 완전한 정자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기존 연구처럼 실험 용기에서 키우지 않고 생쥐의 몸에 이식한 일종의 인공 고환에서 배양해 생식세포 분화와 배양 연구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간 기업들도 실험실에서 난자와 정자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바이오 기업인 컨셉션(Conception)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미성숙 인간 난자를 배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파테르나 바이오사이언스(Paterna Biosciences)가 성숙한 정자를 배양했다고 발표했다. 파테르나는 iPS 세포 대신 고환에서 채취한 미성숙 정자 세포를 사용했다.
참고 자료
Cell Stem Cell(2026), DOI: https://doi.org/10.1016/j.stem.2026.06.001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26-6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34-x
Nature Communications(2020),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0-19350-3
Science(2012), DOI: https://doi.org/10.1126/science.1226889
Cell(2011), DOI: https://doi.org/10.1016/j.cell.2011.0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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