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만 들어오면 다 한다"... 오정세 출연작이 '지나치게' 많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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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오정세는 영화 '8월의 일요일들'(2006)에 캐스팅됐다.
'8월의 일요일들' 제작진은 당초 오정세를 알지 못 했다.
오정세는 '8월의 일요일들'에서 헌책방 주인 소국을 연기했다.
오정세가 다른 영화 '너는 내 운명'(2005)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8월의 일요일들'과 촬영 일정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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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몰랐던 배우 오정세<3>
2005년 오정세는 영화 ‘8월의 일요일들’(2006)에 캐스팅됐다.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하나 장편영화 첫 주연이었다. 오정세는 1997년 영화 ‘아버지’의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후 조연과 단역을 오가고 있었다. 주연은 ‘사춘기’(2003)와 ‘우연의 놀이’(2004) 등 단편영화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역할이었다.
‘8월의 일요일들’ 제작진은 당초 오정세를 알지 못 했다. 연극인 홍기유(2016년 작고)씨로부터 배우 추천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연극열전’ 시리즈로 대학로에 새바람을 일으킨 연극 프로듀서(배우 홍사빈의 아버지다)였다. 홍씨는 오정세를 적극 추천했다. 오정세의 당시 무대 이력은 연극 ‘이발사 박봉구’(2002~2004) 밖에 없었다. 눈밝기로 소문난 기획자였던 홍씨는 연기 경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학로에서 비주류라 할 오정세를 눈여겨 보고 있었던 거다(오정세는 2006년 ‘라이어’에 출연하기도 했으나 마지막 연극이었다). 오정세가 홍씨의 눈에 든 건 당연하게도 연기력 때문이었다. 홍씨는 ‘8월의 일요일들’의 조영각 프로듀서에게 “연기를 잘하니 캐스팅 해보라”고 권했다.
오정세는 ‘8월의 일요일들’에서 헌책방 주인 소국을 연기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말수 적은 젊은 남자 역할이었다.

‘8월의 일요일들’은 주로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촬영됐다. 제작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어느날 작은 문제가 돌출했다. 오정세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오정세가 다른 영화 ‘너는 내 운명’(2005)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8월의 일요일들’과 촬영 일정이 겹쳤다. 오정세가 ‘너는 내 운명’에서 맡은 역할은 단역이었다. 주인공 은하(전도연)에게 법정에서 구형하는 검사 연기였다. 영화에서는 1초 남짓 등장한다.
‘8월의 일요일들’ 제작진은 오정세에게 ‘너는 내 운명’ 출연을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너는 내 운명’쪽 입장에서는 단역인 오정세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인생 첫 주연 연기에 집중하는 게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1970~80년대도 아니고 배우가 겹치기 출연을 한다는 건 2000년대에는 흔치 않은 일이기도 했다.
출연 제안 들어오면 마다 않던 오정세

오정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너는 내 운명’을 촬영한 후 바로 ‘8월의 일요일들’ 촬영장에 합류해 소국 역할을 하면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다. ‘너는 내 운명’의 법정 장면은 전북 익산시에서 촬영됐다. 지방 도시에서 ‘너는 내 운명’ 연기에 힘을 쏟고 당일 서울로 올라와 ‘8월의 일요일들’ 촬영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오정세는 결국 ‘너는 내 운명’ 촬영장으로 향했다. ‘8월의 일요일들’ 촬영 역시 강행했다. 당일 ‘8월의 일요일들’ 촬영이 밤 장면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오정세는 ‘너는 내 운명’ 촬영 후 급히 상경했다.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운전을 해 오정세의 이동을 도왔다. 오정세는 자정이 다 될 무렵 촬영지인 북촌에 겨우 도착했다.

제작진은 오정세가 촬영장에 온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진이 다 빠진 주연배우가 제대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기우일 뿐이었다. 오정세는 밤샘 촬영 중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검사에서 헌책방 주인으로 변신했다. 제작진으로서는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연기였다.
오정세는 다작 배우다. 특히 경력 초기 출연작들이 많다. 2006년 선보인 그의 출연 장편영화는 8편이다. 2006년에는 드라마 ‘썸데이’에 출연하기도 했고, 연극 ‘라이어’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2007년에는 장편영화 6편, 단편영화 1편이다. “제안이 들어오면 단편이든 장편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다 출연하려 했다”는 한 영화인의 말이 실감나는 수치다. 오정세가 올해까지 선보인 영화는 62편(장편 53편, 단편 9편), 드라마는 41편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합치면 무려 103편이다. 유명 배우로서는 출연작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오정세 연기의 힘은 도서관에 있다?

오정세가 다작한 이유는 연기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특히 무명시절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던 경험이 출연 제안에 바로바로 응낙하게 만든 것이다. 오정세의 연기 욕심은 실사영화나 드라마에만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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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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