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문학을 말하다] 아침의 향기

윤숙림 약사 2026. 7. 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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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한국약사문인회] 윤숙림

약사공론은 약사문인회와 손을 맞잡고, 약사의 삶 속에 스며 있는 감성과 사유를 문학의 언어로 풀어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시와 수필을 통해 약사들이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한 편의 글이 한 알의 약처럼, 독자 여러분의 하루에 따뜻한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윤숙림 약사 제공.

'스르륵'

안녕, 새로운 하루! 눈을 뜨면 현관문을 열고 신문과 우유를 들여온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의 활자들에는 세상의 아침 내음이 실려 있고, 이른 새벽을 열며 우유를 배달해 준 누군가의 정성은 나의 풍성한 아침을 깨운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고 나서, 우유를 넣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타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간다. 신문의 주요 뉴스들을 훑어본 뒤, 아침 붓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간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칙칙 포포포폭' 요란한 취사 소리와 함께 고소한 밥 냄새가 온 주방을 채운다. 밥이 지어지는 동안 들려오는 '사각사각' 먹 가는 소리와 찰진 먹물 냄새. 이 올곧은 선비의 향취가 나의 아침을 수놓는다.

잠시 후, 밖에서는 듬직한 목소리의 '밥솥 셰프'가 예의 바르게 "취사를 마쳤습니다"라고 말하며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이 모든 풍경이 하나하나 답인사라도 건네고 싶을 만큼,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아침의 향기들이다.

내게는 열 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 6.25 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 6월, 국어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자유로운 주제로 시를 써보라고 하셨고, 내가 정한 제목은 **'아침'**이었다.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수줍음 많던 아이의 글을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칭찬해 주셨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그 따스했던 격려는 전쟁 발발의 공포와 섞여 아련하고도 창백한 빛으로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이 나이에도 아침에 대한 경외와 그리움은 여전히 솟구친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의 이 두 시간이다. 새벽 6시부터 식사를 준비하기 전 8시까지, 나는 일상을 시작하기 전의 '상념체'가 되어 한 마리의 기쁜 새처럼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니, 어쩌면 아름다운 생각들이 나를 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문 기사를 보며 '세상이 이렇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내 추상의 세계에 무지개를 드리운다. 정치인들이 남 탓을 하며 힘겨루기를 하기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정의가 근본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 모두가 신뢰 속에 환하게 웃으며 살 수 있기를 꿈꾼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이상향이 아니겠는가.

전쟁의 공포와 핵, 테러와 사건 사고로 무고한 생명이 다치는 혹독한 기사들을 접할 때면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그곳의 잔인한 아침에도 인간의 무참한 이기심이 걷히고, 일상의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말이다.

지금 나는 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고 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 나무들로 수놓아진 산등성이,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황금빛 미소. 이 순간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보게 해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다. 이 세상에 건강하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찌 이 찬란한 지구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을까.

이제 상념의 날개를 천천히 접을 시간이다. 내일도 모레도, 내가 숨을 쉬는 동안 아침이 주는 이 행복은 더없이 맑은 향기가 되어 언제나 나와 함께할 것이다.

윤숙림

2002년 문학세계 등단 
한국 신문학인 협회 부회장 
약사 문인회 이사
한국 문인 협회 회원

(저서)자연과 문화의 향기
(공저)우리가 꽃갑이라네 1,2
기타 단편 수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