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

안정락 2026. 7. 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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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는 한국 현대사의 압축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추풍령휴게소는 장거리 여정에 지친 운전자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다. 당시 고속도로 휴게소는 간단한 음료와 가락국수 정도를 파는 쉼터였다. 이후 전국적인 도로망이 갖춰지면서 휴게소 덩치도 커졌다. 오늘날 전국 200여 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음식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팔고, 다양한 쇼핑 시설까지 갖춘 종합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이용객의 뿌리 깊은 불만도 적지 않았다. 휴게소 음식은 ‘비싸고 맛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대안이 없는 독점적 공간이라는 특성 탓에 소비자는 비싼 값을 치르면서도 질 낮은 서비스를 감내해야 했다. 커피 한 잔, 호두과자 한 봉지 가격에 서민의 한숨이 묻어났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명절과 휴가철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뉴스였지만, 독점적 구조에 서비스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비싼 가격의 배경에는 복잡하고 기형적인 다단계 유통 구조가 있다. ‘한국도로공사-중간 운영 업체-입점 업체’로 이어지는 계약 사슬 속에서 입점 업체가 내야 하는 수수료는 매출의 최대 51%에 달한다고 한다. 버는 돈의 절반을 수수료로 떼이니 음식값을 올리거나 재료비를 아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한국도로공사 퇴직자 단체나 특수관계인이 운영에 개입해 이권을 챙겨왔다는 논란도 있다.

정부가 휴게소 운영 구조를 전면 개편해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중간 단계를 줄이고 수수료를 대폭 낮춰 1000~2000원대 저가 커피, 저렴한 음식을 파는 업체를 대거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운영 편의점도 늘리고, 일반 매장처럼 ‘1+1 할인’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운전자가 피로를 풀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이번 기회에 해묵은 오명을 벗었으면 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 누구나 부담 없는 가격으로 편하게 쉬어가는 진정한 ‘국민 쉼터’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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