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사회 바꾼 스웨덴…한국의 해법은

조돈문 지음
한겨레출판
2010년대 기준으로 한국은 상위 10%가 국민소득의 46.4%를 차지하는 불평등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45.2%보다 조금 많고 북유럽 스웨덴의 30.2%보다는 한참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런 불평등은 완화되기는커녕 갈수록 더 심화하는 추세다.
『평등사회 프로젝트』의 저자인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불평등 사회가 지속되는 것은 노동자·여성·청년·노인·소수자 등 불평등 체제의 피해자들이 지배 질서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평등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대안적 평등사회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오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평등사회를 구현한 스웨덴 모델을 벤치마킹해 한국 사회에 맞는 평등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스웨덴 국기가 스톡홀름 구시가지의 상점에 걸려 있는 모습. 2024년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1/joongangsunday/20260711000240267qwgv.jpg)
사민당 정부는 내수 시장을 강화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창하는 한편 케인스주의 재정 경제 정책을 채택해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대공황 위기도 극복했다. LO 정책실이 제안한 렌-마이드너 모델은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기초를 형성했다.
렌-마이드너 모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 경제 영역에서의 균형 재정과 긴축적 수요정책, 노사관계 영역에서의 중앙집중화된 단체교섭 체계와 연대임금 정책, 노동시장 영역에서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다. 절제된 긴축적 총수요 정책과 연대임금제로 발생하는 실업자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재취업으로 고용을 보장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긴축적 총수요 정책을 신뢰하기 때문에 성장 부문 노동자들이 기업의 지불 능력에 기초한 임금 인상 경쟁을 자제한다.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성 모델을 제도화해 노동-자본 상생의 구조적 조건을 조성하는 이른바 ‘황금삼각형’은 스웨덴의 경쟁력 핵심이다.
오일쇼크와 세계화, 신자유주의 등 다양한 국내외의 도전들에 직면하면서도 렌-마이드너 모델은 평등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거시경제 정책 패러다임으로 여전히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평등사회의 현실적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 모델은 보편주의 공적연금제, 보편주의 보건의료 체계, 경제활동 성평등 보장, 최초의 육아휴가제 도입, 생산현장 성평등과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여성 친화적 복지국가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은이는 “노동계급의 LO 중심 계급형성과 사민당을 통한 정치세력화가 성공했고 노동계급이 보편 계급이익과 보편 사회이익에 헌신했기 때문에 스웨덴 모델이 가능했다”고 봤다.
문제는 한국 사회의 맥락에 맞게 스웨덴 모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수억원대 성과급 요구 등에서 보듯이 노동자들 간에도 임금 격차가 뚜렷하며 노동-자본 관계는 황금삼각형의 상생보다는 갈등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스웨덴의 LO 역할을 해야 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대한 비호감도는 86%나 된다고 한다.
물론 한 방에 스웨덴 같은 평등체제를 성취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없을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스웨덴과 한국의 차이를 냉철히 분석하고 변혁을 지향하되 개혁의 성과를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축적하며 개혁의 수준을 높여 가는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을 제안한다. 노동·여성·청년 동맹 등 여러 가지 해법도 제시했다. 이 책은 진보진영의 시각에서 본 평등사회 처방전이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고려하면 다양한 세력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내어야 불평등이 그만큼 빨리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이 책이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경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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