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라진 홈플…물품 보충도, 화장실 청소도 멈췄다 [르포]
판매 중단 상품 늘고…현장은 이미 비상운영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상품 변경 준비 중입니다. 찾는 상품이 있으면 근처 직원에게 문의해주세요.”
지난 9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한 홈플러스 매장. 매대 곳곳에 안내 문구가 붙었다. 물품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들이 늘면서다. 하지만 문의할 직원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야 직원 2명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홈플러스의 직원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이후 이탈이 많아졌다. 주차·청소·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직하면서 각 매장에서는 직고용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인력 공백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매일 기록되던 화장실 청소 점검표는 지난 3일 이후 더 이상 기록되지 않았다. 매장을 지키고 있는 직원 A씨는 “퇴직과 연차 사용이 겹치면서 인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이탈한 배경에는 퇴직금 체불 불안감이 작용했다. 홈플러스는 DB(확정급여형)와 DC(확정기여형) 퇴직급여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DB형 퇴직급여 적립률이 법정 최소 기준인 100%를 밑돌고 있으며 올해 적립률은 70%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파산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직원이 늘었다”고 했다.


인력난 속에서도 홈플러스는 대규모 할인을 이어가고 있다. 10만원이 넘는 커피머신과 레고 일부 상품은 1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PB(자체 브랜드) 심플러스 등 다수의 상품은 최대 50% 할인 중이었다. 이모(34) 씨는 “할인 행사 안내를 보고 찾았다”며 “할인폭이 큰 제품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방문한 B씨는 “예전보다 매대가 더 많이 비었다”면서 실망감을 보였다. 저녁 퇴근 시간, 매장 계산대에는 한때 긴 줄이 만들어졌다. 5개 계산대 중 2개만 운영됐고, 무인 계산대는 ‘시스템 점검 중’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당장 이번 주말이라도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력 이탈에 이어 신선식품·주류 품목 상당수 납품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다. 특히 시설관리 인력이 사라지면서 안전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번 달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은 오는 12일이다. 11일이 홈플러스의 사실상 마지막 영업일이 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해 법원에 즉시 항고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매장 매각을 통해 DIP(긴급운영자금)를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전액 채권 회수 원칙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주 영업 중단 가능성은 노조 측의 주장”이라며 “운영자금 마련도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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