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종전 조건 관철 때까지 전쟁 계속"…트럼프 낙관론과 배치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등 돈바스 지역 철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기존 종전 조건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방의 종전 협상 중재 시도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와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마리아 마누엘라 루카스 모잠비크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2024년 6월 외무부 연설에서 (개전과 함께) 제시한 목표들을 계속 달성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러시아 지도부의 전쟁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일부 점령한 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주와 대부분을 점령한 루한스크주 전역에서 철수하고, 나토 가입 추진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사실상의 항복 요구라며 거부하고,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한 휴전을 촉구해왔다.
현재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주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주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종전 조건으로 자국이 병합을 선언한 이들 4개 주의 미점령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자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요구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서방이 협상을 통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원한다는 주장도 더는 믿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은 위선적으로 협상을 통한 해결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며 "2014년과 2015년, 2019년에 서방의 보증 아래 합의가 이뤄졌지만 모든 경우에 서방 스스로 그 보증을 무너뜨렸고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2년(개전 이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협상안이 마련됐지만 같은 서방이 공개적으로 이를 무산시켰다"며 "서방이 협상에 의한 해결을 원한다는 말을 더는 믿지 않을 것이다. 선의와 기대의 여지는 완전히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을 거듭 낙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주장과 배치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는 (종전) 합의를 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합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날인 7일에도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두 정상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 전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전쟁 목표와 영토 요구를 다시 강조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과 러시아의 실제 입장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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