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마의 35계단' 오르내리는 노인들…힘들어도 "오를 수밖에"

정희윤 기자 2026. 7. 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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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의 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서울 청량리역. 그런데 노인의 시각으로 보면 좀 다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이 지나는 역인데도 승강기가 없어 '마의 35계단'으로 불리는데요.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기자]

평범해 보이는 이 계단은 실은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이 지나는 지하철 계단입니다.

서울 1호선 청량리역 승강장입니다.

한 손은 난간을 잡고 다른 한 손엔 우산을 쥐었습니다.

난간 잡은 손에 전단지를 끼웠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걸어서는 못 가요. 그거(종이)를 여기다 이렇게 대고 이렇게 밀고 올라가야 해요.]

지난 1분기 청량리역은 만 65세 무임승차 인원 76만 명이 지나간 걸로 집계됐습니다.

전국 1위입니다.

80살 이명임 씨도 그 노인 가운데 한명입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늦었어요. {언제부터 일 시작이신데요?} 11시. {제가 조금 부축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니, 이렇게 걸어가요.]

노인이 가장 많이 지나는 곳이지만 승강기가 없습니다.

아프고 삐걱이는 관절을 부여잡고 노인들은 이 계단을 오르고 내려야만 합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늦을 때는 이게 빨라요. (길을) 건너와야 되니까.]

청량리역 주변은 국내 최대 전통시장을 끼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이 곳에서 밥벌이 하고 시간을 보냅니다.

계단을 오르는 건 어쩌면 생존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나는 우리 아기들 업고 다니면서부터 (식당 일) 했어요. 하나 업고 하나는 데리고 가서 거기다 재워놓고. 말하려면 눈물이 나서…]

이 씨가 일을 시작하고 취재진은 다시 계단으로 돌아갔습니다.

[청량리역 이용 노인 : {엘리베이터가 없어.} 엘리베이터 여기 왜 (설치) 안 해. {어머니,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무거워요?} 여기가 얼마나 불편한데.]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들어줍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이렇게 다 도와주시는 거예요? 여기 너무 따뜻하다.

[청량리역 이용 노인 : {여기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시는 이유가 뭐예요?} 경동시장. {우리 어머니는 오늘 그럼 경동시장에서 뭐 사시려고?} 아이, 여러 가지 사지. 여긴 싸잖아. 나물. 야채. {그거 한가득 사시려고 이렇게 가시는구나.} 예. {오늘 쇼핑 잘하세요.}]

도움 준 시민은 말없이 갈길을 갑니다.

우리 선생님, 도와주신 우리 선생님.

승강기 없는 이곳 계단을 지날 때 마다 노인들 모습이 마음에 쓰였다고 했습니다.

[김상호/도와준 시민 : 지난주에도 왔을 때 할머니가. (수레가) 진짜 무겁더라고. 야채나 과일 같은 거 사서 가는데 그때도 내가 올려줬더니 너무 고마워하시더라고. 근데 좀 쑥스럽네요.]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 전문 기자는 이 계단을 '마의 35계단'이라고 불렀습니다.

1974년 개통한 1호선, 무임승차 인원이 가장 많으면서 승강기는 가장 적습니다.

어르신들은 힘들고 위험해도 생계 유지를 위해, 또는 한푼이라도 싸게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자주, 매일 지납니다.

이 공간이 조금 더 안전하고 나은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상편집 김동준 VJ 김광준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김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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