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마의 35계단' 오르내리는 노인들…힘들어도 "오를 수밖에"
[앵커]
보통의 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서울 청량리역. 그런데 노인의 시각으로 보면 좀 다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이 지나는 역인데도 승강기가 없어 '마의 35계단'으로 불리는데요.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기자]
평범해 보이는 이 계단은 실은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이 지나는 지하철 계단입니다.
서울 1호선 청량리역 승강장입니다.
한 손은 난간을 잡고 다른 한 손엔 우산을 쥐었습니다.
난간 잡은 손에 전단지를 끼웠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걸어서는 못 가요. 그거(종이)를 여기다 이렇게 대고 이렇게 밀고 올라가야 해요.]
지난 1분기 청량리역은 만 65세 무임승차 인원 76만 명이 지나간 걸로 집계됐습니다.
전국 1위입니다.
80살 이명임 씨도 그 노인 가운데 한명입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늦었어요. {언제부터 일 시작이신데요?} 11시. {제가 조금 부축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니, 이렇게 걸어가요.]
노인이 가장 많이 지나는 곳이지만 승강기가 없습니다.
아프고 삐걱이는 관절을 부여잡고 노인들은 이 계단을 오르고 내려야만 합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늦을 때는 이게 빨라요. (길을) 건너와야 되니까.]
청량리역 주변은 국내 최대 전통시장을 끼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이 곳에서 밥벌이 하고 시간을 보냅니다.
계단을 오르는 건 어쩌면 생존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명임/청량리역 이용 노인 : 나는 우리 아기들 업고 다니면서부터 (식당 일) 했어요. 하나 업고 하나는 데리고 가서 거기다 재워놓고. 말하려면 눈물이 나서…]
이 씨가 일을 시작하고 취재진은 다시 계단으로 돌아갔습니다.
[청량리역 이용 노인 : {엘리베이터가 없어.} 엘리베이터 여기 왜 (설치) 안 해. {어머니,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무거워요?} 여기가 얼마나 불편한데.]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들어줍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이렇게 다 도와주시는 거예요? 여기 너무 따뜻하다.
[청량리역 이용 노인 : {여기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시는 이유가 뭐예요?} 경동시장. {우리 어머니는 오늘 그럼 경동시장에서 뭐 사시려고?} 아이, 여러 가지 사지. 여긴 싸잖아. 나물. 야채. {그거 한가득 사시려고 이렇게 가시는구나.} 예. {오늘 쇼핑 잘하세요.}]
도움 준 시민은 말없이 갈길을 갑니다.
우리 선생님, 도와주신 우리 선생님.
승강기 없는 이곳 계단을 지날 때 마다 노인들 모습이 마음에 쓰였다고 했습니다.
[김상호/도와준 시민 : 지난주에도 왔을 때 할머니가. (수레가) 진짜 무겁더라고. 야채나 과일 같은 거 사서 가는데 그때도 내가 올려줬더니 너무 고마워하시더라고. 근데 좀 쑥스럽네요.]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 전문 기자는 이 계단을 '마의 35계단'이라고 불렀습니다.
1974년 개통한 1호선, 무임승차 인원이 가장 많으면서 승강기는 가장 적습니다.
어르신들은 힘들고 위험해도 생계 유지를 위해, 또는 한푼이라도 싸게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자주, 매일 지납니다.
이 공간이 조금 더 안전하고 나은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상편집 김동준 VJ 김광준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김수린]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흥민을 왜 불러?"…축협 청문회 ‘보여주기식 쇼’ 우려도 [소셜픽]
- "X자식, 나였으면 정신과 감"... 음바페한테 인종차별한 그 파라과이 의원, 또 대놓고 막말
- 유리 와장창, 보닛 구멍 숭숭…‘주차빌런’ 차량 망치로 내려쳐
- 7년 확정된 순간, 윤석열 ‘헛웃음’…"XX" 욕 뱉은 김계리
- [비하인드 뉴스] ‘김건희가 뭐냐’ 따지더니…"재명아" 장동혁 반말 폭주
- ‘장윤기 사건’ 고개 숙인 수장…"경찰 가족 사건 전수조사"
- 민주당 의원들, 경찰청 달려가 "조직 존폐 달렸는데 뭐하나"
- SK하이닉스, 오늘 밤 나스닥 입성…‘40조원’ 실탄 장전
- [단독] 장인 목 졸라 살해한 패륜 사위…열흘간 사망 은폐 / 풀버전
- ‘올다르크’ 경찰 출석했지만…‘봉쇄 한 달’ 그곳은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