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 위협”…영국 배우·방송인들이 ‘극대노’한 이유
영화업계 반발…미국 방송노조 관련 조항 신설
전문가 “신인 배우 경험·출연 기회 뺏을 수도”

영국에서 인공지능(AI) 배우가 장편영화 주연을 맡아 영화업계의 화제에 올랐다. 영화사는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배우·방송인 업계는 이 캐스팅이 향후 신인 배우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7일 영국 ‘스크린데일리’에 따르면 영상업체 파티클6가 장편영화 ‘미스얼라인드’ 제작에 들어갔으며, 주연에 자신들이 만든 AI 배우 틸리 노우드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성장담 형식의 코미디 드라마다. 범죄에 악용되기도 하는 인터넷 영역인 다크웹에서 AI 캐릭터가 악성 프로그램의 유혹에 넘어가 점차 인간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은 기존 영화·TV 창작자들이 AI 전문인력과 함께 작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엘린 판데르 펠덴 파티클6 대표는 “AI가 수준 높은 영화 제작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사람의 기술과 판단력, 역량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사람이 쌓아온 스토리텔링 감각을 AI에 접목하는 이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가 실제로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판데르 펠덴 대표는 “AI 배우를 활용하면 제작비를 약 90%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AI 투자에 나선 방송인 케빈 오리어리도 지난해 10월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엑스트라 배우 등은 AI 배우로 대체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흐름에 배우와 방송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올해 새 TV·극장·스트리밍 단체협약에 ‘합성 배우 조항’을 새로 넣었다. AI 배우 투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조는 AI 활용을 예외적 사례로만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틸리 노우드에 대해 “수많은 전문 연기자들의 작품을 허락과 대가 없이 학습시켜 만든 인공적인 캐릭터이며, 틸리에게는 삶의 경험과 감정이 없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6일 캐나다 매체 CBC도 AI 배우의 영화계 도입이 자칫 산업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캐나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리처드 라크만 교수는 “예산이나 경험이 부족한 독립영화 제작자에게는 AI가 도움이 되겠지만, 신인 배우들이 실력을 쌓는 저예산·독립영화 영역부터 AI가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AI 배우는 나이도 들지 않고 스캔들도 내지 않은 채 평생 일할 수 있어 신인이 들어올 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인 배우들의 성장 경로가 자칫 AI배우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영화 산업계와 배우노조가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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