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용한 속삭임으로 세계를 감지해 온 예술에 주목한 전시"

이연정 2026. 7.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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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바깥을 향한 속삭임' 언론공개회
마리오 파이퍼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 담아"
최지목 "눈 감았을 때의 잔상 포착해 회화로 옮겨"
지난 6일 대구미술관에서
마리오 파이퍼, 어게인, 2채널 HD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018, 42분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이들의 얘기를 담았습니다. 법과 제도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을 때, 예술이 나서서 그것을 기록하고 품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 '바깥을 향한 속삭임'에 참여한 독일 출신의 마리오 파이퍼 작가는 지난 6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과 미디어, 제도적 권력이 어떻게 하나의 진실을 구성하는지 탐구해온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어게인(Again)'은 2018년 제10회 베를린비엔날레에서 처음 발표한 것으로, 독일 동부에서 실제 발생한 난민 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독일 사회에 정착한 이민자 10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여러 시선과 해석을 통해, 사회 안에서 쉽게 가려지거나 배제되는 목소리를 드러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을 포기하면서, 나라도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주민들은 그 지역 출신자들에 비해 폭력과 인종차별 등 어려움에 더 노출돼있다. 작품을 통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8년 전 발표한 작품이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얘기다.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의미와 사건을 작품으로 다시 재구성했다는 것,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재생할 수 있는 영화의 특징을 함께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독 출신의 그는 8살이 되던 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고 회상하며 "한 나라의 정치·사회적 상황은 분명 개인의 인생과 감성,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속해있든 아니든,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지목, 부재의 빛, 2025, 캔버스에 아크릴, 162.2 x 130.3 cm, Image Courtesy of Gallery Baton

이날 언론공개회에는 마리오 파이퍼 외에 변카카, 최지목, 타오 응우옌 판 작가가 함께 자리했다.

빛이 눈과 신체에 남기는 감각의 흔적에 주목해온 최지목 작가는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잔상과 강한 빛을 본 뒤 시야에 남는 색과 형태는 사진으로 찍을 수 없고 AI로도 구현하기 어렵다"며 "그것이 그림을 그릴 이유가 됐고, 시각적 인상을 최대한 그대로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신작 '다스 빌트(Das Bild)'는 관람객에게 직접 그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가 회화로 포착한 감각을 직접 눈을 감고 느낄 수 있다. 그는 "우리가 본다고 믿는 세계는 감각과 지각이 만들어낸 잠정적인 이미지일 수 있다"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보는 행위에 의문을 품었던 지점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가장 작은 목소리의 형태인 속삭임은 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언어"라며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은밀한 대화와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 왔다. 시대를 움직여 온 불안과 희망, 저항과 변화의 기운은 종종 작은 목소리들 사이에서 먼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속삭임은 권력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언어이며, 사회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지닌 이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놓치고 있던 감정과 관계, 불안과 희망의 움직임을 조용하고 섬세하게 드러내려는 공통적인 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