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임상 우선 플랫폼 사업화···데이터 확보가 관건
플랫폼보다 임상 데이터 중심 전략
파이프라인 효능·안전성 입증 과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면역항암 플랫폼의 사업화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플랫폼 자체를 조기에 기술이전하기보다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경쟁력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병용요법 개발이 본격화한 가운데 임상 성과가 플랫폼 가치와 후속 기술이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503의 임상 1상 변경계획을 승인했다. 기존 단독요법에 더해 병용요법 용량 증량 파트와 용량 확장 파트를 추가했다. 단독요법 종양 확장 파트의 대상 암종도 조정했다.
ABL503은 에이비엘바이오의 면역항암 플랫폼 그랩바디-T 기반 신약후보물질이다. 그랩바디-T는 면역세포의 4-1BB 수용체를 암 조직에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한 이중항체 플랫폼이다. 4-1BB는 면역세포의 증식과 항암 기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전신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간독성 등 면역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4-1BB는 한때 차세대 면역항암 표적으로 주목받았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화이자, 로슈 등이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안전성 문제와 제한적인 효능으로 개발이 중단되거나 전략이 수정됐다. 이후 관련 신약 개발과 기술이전도 위축됐다.
최근엔 종양에서만 4-1BB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이중항체 기술이 등장하면서 개발 경쟁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에이비엘바이오의 ABL111과 ABL503도 이러한 접근법을 적용한 대표 파이프라인이다.
회사 사업전략도 플랫폼 자체 기술이전보다 임상 데이터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그랩바디-T 기반 파이프라인 중 ABL111과 ABL503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ABL111은 현재 임상 2상 중이고 연말 3상 진입 목표라 4-1BB 이중항체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계획 변경은 ABL503을 다양한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병용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병용 대상 약물에 대해서는 PD-1 억제제라는 점만 언급했다. 기술이전의 핵심은 임상 데이터라는 점을 강조하며 임상 성과가 후속 기술수출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경쟁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ABL111이 겨냥하는 CLDN18.2 시장에서는 아스텔라스의 CLDN18.2 표적 항체 졸베툭시맙이 위암 치료제로 이미 상용화됐다. 중국 이노벤트와 케이메드 등도 CLDN18.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를 비롯한 후속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ABL503가 속한 PD-L1, 4-1BB 동시 겨냥 이중항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을 시도해 왔다. 대표 경쟁 후보였던 젠맙의 아카순리맙은 지난해 말 개발이 중단됐다. 이는 개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임상 데이터가 그랩바디-T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플랫폼 기술 자체보다 임상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후보물질에 더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ABL111과 ABL503이 경쟁 약물 대비 의미 있는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를 후속 기술이전으로 연결할지가 사업 전략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ABL111 역할도 주목된다. 그랩바디-T는 ABL111과 ABL503의 임상 성과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다. ABL111은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확보하면 후속 파이프라인의 사업개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플랫폼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BL111과 ABL503이 경쟁 약물 대비 의미 있는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확보한 데이터가 후속 기술이전으로 이어져야 그랩바디-T 플랫폼의 사업성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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