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의 별' 전민철 "인생에 춤이 없으면 저도 없죠"
러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2년차
"전쟁통에도 찾아오는 팬에 감사
관객의 환호보다 큰 위로는 없어"

2016년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초등학생이 “나는 발레가 너무 좋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역을 맡기 위해 새벽까지 구슬땀을 흘렸지만, 키가 웃자랐다는 이유로 최종 오디션에서 탈락한 것. 그로부터 10년 남짓 된 지난해, 그는 러시아 최고의 발레단 중 하나인 마린스키 발레단에 단독 주연이 가능한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했다. ‘발레계의 아이돌’로 꼽히는 전민철(22·사진)의 이야기다.
지난 9일 잠시 귀국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발레단 ‘인어공주’의 전막 공연을 준비 중인 그를 한국경제신문이 경기도 화성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한예종 은사인 김선희 명예교수의 창작 발레 ‘인어공주’에서 왕자 역할을 맡아 11~12일 화성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매일같이 레퍼토리를 변주해 무대에 오르는 러시아 발레단 일정 도중 한국 공연을 소화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안드리안 파데예프 단장께서 ‘널 이렇게 성장시켜 준 스승에게 보답하라’며 기꺼이 허락했습니다. 무엇보다 전쟁 중인 상황에서도 저를 보러 러시아까지 찾아오는 한국 팬을 보며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한예종 출신 선배 이수빈(28·헝가리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등 낯선 환경이지만 전민철은 오히려 긴장을 즐기고 있다. 그는 “마린스키에선 5일 만에 전막 공연을 준비해 관중을 만나거나 ‘갈라 쇼’처럼 단 한 번의 예행연습 기회만 주어지는 무대도 있다”며 “이번 공연 일정도 빠듯한 것이 사실이지만 동화 속 뻔한 왕자가 아니라 관객이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지닌, 저만의 왕자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공식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퇴근길이면 러시아 관객이 그에게 응원의 인사를 해줄 만큼 인기를 얻었다. 그는 “지난 1년을 요약하는 키워드는 경험, 배움, 새로움”이라며 “베테랑 발레리나들과 수많은 연습 과정을 거치며 무대 위에서 호흡을 맞춘 것이 스스로의 능력치를 크게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마친 뒤 깊은 여운이 남아 다음 작품에 집중하기 힘들 만큼 강렬한 예술적 케미스트리를 경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춤에 대한 간절함을 꼽았다. 2년 전 군복무 등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을 때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제 인생에 춤이 없다면 제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레를 못 하니까 몸이 더 피곤하고 의욕이 사라지더라고요.”
관객과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그에겐 환희다. “가장 기쁠 때는 역시 관객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예요. 그보다 더 큰 위로는 없습니다.”
‘인어공주’ 공연 이후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내달 16일과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에 객원 주역 무용수로 참여하고, 이어 21일 한예종 무용원 개원 30주년 갈라 공연 ‘리 무브 에라’(RE: MOVE ERA) 무대에도 오른다. 같은달 말에는 케이글로벌발레원이 주최하는 발레포럼에 참석한다.
화성=이해원 기자/사진=문덕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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