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이번엔 ‘오리 전쟁’…“북경오리 너무 싸게 팔아”

정유경 기자 2026. 7.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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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상가보다 낮게 북경오리 판매
EU 가금류 시장 잠식…반덩핌 조사 착수
얇게 썬 북경오리가 밀전병, 쪽파, 오이, 고수 및 소스 등과 함께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이 북경오리용 오리고기(이하 북경오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유럽연합관보에는 중국이 북경오리를 유럽 시장에 정상가보다 부당하게 낮게 판 혐의에 대해 유럽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했다는 공고가 실렸다. 북경오리는 유럽에서도 인기가 있어,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북경요리용 오리 품종 사육이 널리 이뤄지고 있다. 2025년 기준 유럽연합 내 오리고기 시장 규모는 약 8억유로(약 1조 4000억원)인데, 이 중 중국산 수입액이 1억9900만유로(약 3400억원) 가량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유럽 내 5개 생산업체는 저가의 중국산 오리고기가 유럽 가금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지난 5월2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공식 제소했다.

집행위는 중국 오리 농가들이 중국정부의 보조금, 대출 특혜, 저가 대두 사료 등 혜택을 받음으로써 덤핑 판매를 한다고 보고 있다. 덤핑 행위로 인정될 경우, 유럽연합은 신선·냉동·훈제를 불문하고 중국산 오리고기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중량당 12~18% 수준으로 부과됐던 기존 수입 오리고기 관세에 더해 추가 관세를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전기차의 경우, 집행위 반덤핑 판정 뒤 기존 관세 10%에 업체당 개별 관세 7.8%~35.3%포인트가 추가되어 최대 45.3%의 관세를 받은 사례가 있다. 유럽 가금류업계를 대변하는 단체인 ‘아벡’(Avec)은 공정 무역을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관세가 빨리 부과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행위 조사는 통상 1년가량 소요되며, 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회원국 과반의 승인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금까지 자동차 등 주로 중국산 산업 제품에 대응했던 유럽이 중국 농업을 겨냥하며 무역 전쟁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2024년을 전후해 전기자동차와 플라스틱병의 화학원자재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차례로 매겨 왔으며, 이에 반발한 중국이 유럽산 코냑, 돼지고기, 유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한 바 있다.

존 클라크 전 유럽연합 농업 무역 협상 수석대표는 이번 조사 시점이 묘하다고 지적했다. 마침 유럽에서 ‘북경오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원산지 보호 조치가 이뤄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유럽연합과 중국이 맺은 지리적 표시(GI) 상호 보호협정에 따라, 유럽과 중국은 ‘페타 치즈’나 ‘피센 두반장’ 등 양쪽의 고유한 지역 상품명을 그 지역 생산제품이 아니면 함부로 사칭하지 못하도록 품목을 순차적으로 맞교환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북경오리’ 명칭이었다. 클라크 전 대표 는 “중국 음식 하면 북경오리만큼 상징적인 것이 없다. 중국이 이번 유럽의 조치를 앞서 중국이 했던 유럽산 코냑 반덤핑 판정에 대한 앙갚음으로 여겨 다시 보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이번 갈등은 유럽연합과 중국이 무역 긴장 완화를 모색하던 와중에 불거졌다. 지난달 29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의 회동 이후 양측은 무역 및 투자 대화 채널을 신설하고 현안 해결을 시도해왔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10월까지 급증하는 대중 무역적자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유럽연합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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