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과세” 힘 실리지만…“변동성 높아질 것” 우려도
李대통령, 4월 거래세 역진성 지적
법안 폐지 2년 만에 논의 불붙여
시민사회도 “로드맵 마련” 촉구
외국인 투자자와 과세 역차별에
당국·증권사 인프라 구축도 문제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 내에 확산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종료된 데다 지난해부터 주가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에 힘이 실리는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국내 자본시장 환경과 조세 인프라를 고려하면 증권거래세를 대체하는 양도소득세 도입이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 주요 회원사인 한 증권사는 최근 금투세 도입 가능성, 시장 영향,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내부 분석을 자사 C레벨 단위에서 공유했다. 이 증권사 CEO는 “금투협 내 어젠더까지 떠오른 것은 아니나 다들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 상품 매매 초과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도입이 최초 추진됐다. 거래세를 폐지하되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주식 등 투자 순이익에 대해 22~27.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은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2024년 말 최종 폐지됐다.
관련 법 폐지 이후 약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금투세 재추진설에 불을 붙인 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올 4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사실 거래세와 양도세를 바꿔야 한다”며 “지금은 못 버는 사람도 (세금을) 내서 역진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참여연대가 2일 “금융과세 정상화 논의를 미루지 말고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등 시민사회의 금투세 추진 요구도 거세진 형국이다.
현행 주식 과세체계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의 과세체계가 각각 다르기에 이를 단일화해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은 지금도 강력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제를 단순화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 장기 투자 유인을 높이면 국민 자산 증식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주가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확인된 만큼 금투세 도입 논의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래대금 기준 약 47%다. 금투세와 유사한 주식 과세 제도를 도입한 미국와 일본 등은 평균 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신흥 시장은 모두 거래세 체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금도 외국인과 기관의 프로그램 단타 매매가 극심한데 금투세로 전환하면 시장 변동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이 2년 전보다 선진화되긴 했으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금투세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외국인 투자자와의 과세 역차별 문제도 부담이다. 현재 국내 주식은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최고 25%의 양도세가 부과되기에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사실상 비과세를 적용받는다. 국내외 투자자를 구분않는 거래세(0.2%)만 일괄 적용된다.
이 때 거래세를 유지하며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거래세를 폐지하고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투자자만 과세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인은 이미 금융투자로 실현한 소득을 자국에서 ‘소득세’ 형태로 납부하기에 이중과세가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금융투자 소득 과세는 각국의 자본시장 환경에 맞춰 정착돼왔다”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과세 대상자들의 반발은 부담”이라고 했다.
주식 투자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으로 거래세가 주요 국세 수입원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재정당국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금투세 도입을 재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거래세 수입은 5월까지 5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거래세 수입 3조 4000억 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예측 가능성이 있는 거래세에 비해 금투세는 세수 전망이 어렵기도 하다.
세정당국과 증권사의 인프라 구축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되는 거래세에서 손실 이연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비용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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