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마트폰…태양의 후예 넣었더니 ‘순삭’ [창+]

오정현 2026. 7.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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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3년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엘리트에게만 제한될 거란 예상과 달리, 스마트폰은 장마당과 인민의 일상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에도 이제 새로운 연결망이 생겼다. 이 변화는 북한의 정보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제 체계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시사기획 창> 취재팀이 북한 스마트폰을 손에 넣었다. 정보 통제를 체제 유지의 핵심으로 삼는 국가의 스마트폰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기획 창 '삐라와 손전화' 중에서]

<이펙트> 북한 스마트폰 '마두산' 홍보영상

2013년 5월 첫 스마트폰을 공개한 북한.

아리랑, 진달래, 삼태성 등 지금까지 20여 종이 출시됐다.

<현장음> 조선중앙TV
"오늘날 이동통신 수단의 하나인 손전화기는 우리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호품으로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시우 / 2017년 탈북
“친구들하고 사귀려면 무조건 핸드폰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핸드폰도 스마트폰을 쓰느냐, 아니면 이런 2G폰을 쓰느냐에 따라서 급히 나뉘거든요.”

“그래서 지나가는 똥개 빼고 뭐 핸드폰이 다 있다. 이런 말도 돌고. 그러다 보니까 뭐 일단 지하철 타거나 버스 타거나 하게 되면 다 사람들 뭐 폰 가지고 이런 거 한국이랑 비슷하죠. 폰 가지고 게임하는 사람 있고, 폰 가지고 책 보는 사람 있고.”

지난해 말까지 개통된 북한의 이동통신 회선은 785만 개, 인구 대비 보급률은 29.5%다.

2023년부터는 4G망도 깔리기 시작했다.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는 정보 통제를 체제 유지의 핵심으로 삼는다.

손전화 보급은 사실상 정보 장벽이 붕괴하는 징후로 읽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스마트폰은 정말 그 벽을 허물고 있을까.

<현장음> 오정현
“받았어”

“이게 모델명인가 보다”

취재팀은 실제 북한에서 쓰였던 스마트폰 두 대를 손에 넣었다.

<현장음> 오정현 / 기자
“이 모델은 ‘삼태성 8’이라는 모델입니다. 여기 빨간색 모델은 ‘해양 701’이고요. 비교적 최신형 모델입니다. 둘 다 2023년 모델로 파악됐습니다.”

국가가 허용한 내부망 연결만 가능하고, 인터넷 접속은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이라는 이름과 달리, 외부 정보에 직접 닿는 통로는 막혀 있는 셈이다.

다만, 몇몇 편의 기능은 우리가 쓰는 것과 닮았다.

<현장음> 오정현 / 기자
“전자결제 기능이 있는데? 전자결제”
“지불, 송금, 지불을 누르면 QR코드”
“배너(광고창) 이런 것들이, 인터넷이 연결 안 됐는데, 지금 되잖아요. 원래 입력이 돼 있는 거 같아, 그대로”

그러나 곧 검열 기능이 사용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현장음> 오정현 / 기자
“몇 가지 특징들이 발견됐는데요, 먼저 통보문, 우리로 치면 문자메시지 기능입니다. 그런데, 여기 일부 단어를 입력하면, 검열 기능에 걸리는데요. 남한이라고 적으면 괴뢰 지역으로 바뀌고, 한국이라고 입력하면 아예 별표로 가려집니다.”

‘남한 말투’ 사용을 차단하기도 한다.

‘오빠’를 적으면 동지로 바뀌고,

가족끼리만 쓸 수 있다는 경고창이 뜬다.

‘자기야’는 반대로 부부 사이에선 쓰지 말라고 한다.

<현장음> 오정현 / 기자
“또 여기 보면, ‘열람리력’이라는 앱이 있는데요. 사용자가 지금 스마트폰으로 뭘 하고 있는지, 화면을 캡쳐하는 기능입니다. 5분, 10분 단위로 계속 화면을 캡쳐하는데, 사용자는 뭐가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취재팀은 더 자세한 단말기 분석을 전문가에게 맡겼다.

북한 이공계 엘리트 출신 장혁 씨.

<인터뷰> 장혁 / 북한 노동당 과학교육부연구원 출신, 2020년 탈북
“북한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2020년에 탈북해서 현재는 서울대학교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있는 장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장 씨와 함께 한 가지 실험을 해봤다.

동영상을 담은 외장 메모리를 북한 스마트폰에 꽂았다.

파일을 제대로 읽어낸 스마트폰.

<인터뷰> 장혁 / 북한 노동당 과학교육부연구원 출신, 2020년 탈북
“아까 우리가 카피해 놓은 폴더들이 보이고, 여기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넣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클릭하면 동영상이 들어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클릭하면 이제 동영상이 열려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 미안하지만 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인증을 못 받았다고 생각한 AVI 파일을 알아서 삭제해 버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없어진 거네요?)

“네, 이제 보십쇼. 클릭해서 재생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파일이 없어지는 거예요.”

“(어? 진짜 사라졌어)”

“한 번 더 하면, 이 파일마저 자기네가 보고 인증이 안 된 파일이라고 판단하면 완전히 폴더가 비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외부 영상 재생이 막히고 삭제까지 된 건, 스마트폰에 깔린 검열 프로그램, ‘붉은기’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인터뷰> 장혁 / 북한 노동당 과학교육부연구원 출신, 2020년 탈북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북한) 자체 요구에 맞게 셀프 개조해서 거기에 이제 붉은기라는 ‘서명 시스템’이 위에서 돌아가고 있거든요. 이 서명 시스템이 보고, 이 콘텐츠가 국가의 승인을 받은 콘텐츠인지 판단하고, 북한 정권에서 이건 원하지 않는 콘텐츠라고 판단하면 바로 삭제해 버리는 거죠.”

국가가 ‘서명’한, 즉 허락한 파일엔 붉은별이 달린다.

이 파일들만 저장하거나 열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우리가 손에 넣은 두 스마트폰의 ‘붉은기’ 버전이 다르다는 점이다.

검열 성능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인터뷰> 장혁 / 북한 노동당 과학교육부연구원 출신, 2020년 탈북
“초창기엔 서명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한류 같은 이제 젊은 청년들 중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대량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사실 카피해서 스마트폰에 넣으면 바로 볼 수 있는 환경이었고. 이런 것에 강한 불안을 느낀 북한 정권이 2015년경부터 서명이라고 하는, 붉은기 1.0이라는 사인 시스템을 자체 내장한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배포하기 시작합니다. 북한 정권은 사실상 구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자기들의 어떤 정보 통제라든가 자기들의 보안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거죠.”

스마트폰은, 굳게 닫힌 북한 사회의 빗장을 열 수도 있었다.

북한의 손전화 통신망을 오래 추적해 온 연구자는, 북한 정권이 그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오히려 디지털 감시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인터뷰> 마틴 윌리엄스 / 美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스마트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통신 기기입니다. 그리고 북한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입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것이 통제돼 있죠. 북한 당국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통제하는 데 매우 체계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시스템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여러 겹의 보안 장치와 필터링을 두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북한 당국이 스마트폰과 휴대전화 생태계를 계속 통제할 수 있다고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취재기자 : 오정현
촬영기자 : 임태호
영상편집 : 성동혁
조연출 : 민경희
자료조사 : 김선경, 조민규

방송일 : 2026년 7월 7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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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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