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메탄’ 잡아라...저탄소 우유 생산 새 숙제

곽은영 기자 2026. 7. 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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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업체들이 유제품 생산 공장의 배출량뿐 아니라 원유를 공급하는 농가의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뉴스펭귄

유업계의 친환경 경쟁이 우유팩과 페트병을 가볍게 만드는 수준에서 목장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공장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사용,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젖소의 사료와 분뇨 관리, 원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₄)까지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변화의 배경에는 유제품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가 있다. 우유를 살균하고 포장해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오지만, 유제품 공급망에서는 젖소의 장내 발효와 사료 생산, 분뇨 처리 등 목장 단계가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소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축산업이 해결해야 할 핵심 온실가스로 꼽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반추동물이 내뿜는 장내 발효 메탄 배출량의 77%를 소가 차지한다. 

글로벌 유업체, 농가 배출량 감축 체계 강화 중

이에 따라 글로벌 유업체들은 유제품 생산 공장의 배출량뿐 아니라 원유를 공급하는 농가의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농가별 탄소배출량을 계산한 뒤 사료 효율 개선·가축 건강 관리·분뇨 처리·재생에너지 도입 등의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이다.

덴마크·스웨덴계 유업협동조합 알라푸즈는 조합원 농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팜어헤드 체크'를 운영하고 있다. 농장별 데이터를 토대로 감축 계획을 세우고, 기후·환경 활동을 실행한 농가에는 원유 대금에 인센티브를 더한다. 알라푸즈는 2020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우유와 유청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를 30.3% 줄인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다논은 젖소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별도 감축 대상으로 설정했다. 2023년 주요 식품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신선우유 공급망의 메탄 감축 목표를 발표하고, 2020년 대비 2030년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논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신선우유 공급망의 메탄 배출량은 25% 감소했다. 회사는 사료 개선, 가축 생산성 향상, 분뇨 관리와 재생농업 등을 주요 감축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유업계의 환경 대응은 그동안 공장과 포장재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매일유업은 상하공장 태양광발전 시설과 평택공장 펠릿보일러 도입, 재생 원료를 혼합한 포장재 사용 등을 추진해왔다. 2023년에는 재생 페트를 10% 혼합한 상하목장 유기농우유 용기를 선보였다. 

빙그레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용수, 폐기물, 포장재 감축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유제품뿐 아니라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생산하는 식품기업 특성상 생산공장의 에너지 효율과 냉동·냉장 유통, 플라스틱 포장재 개선 등이 주요 환경 과제로 다뤄진다. 

다만 포장재 경량화나 공장 에너지 전환만으로는 유제품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제품 생산 이전에 목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유제품의 기준이 '재활용하기 쉬운 용기'에서 '원유가 생산된 농장의 배출량'으로 점차 확장되는 이유다.

저탄소 인증 농장, 3년 사이 빠르게 증가

정부도 목장 단계의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부터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양 관리와 분뇨 처리, 에너지 절감 등의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를 축종별 평균보다 10% 이상 줄인 농장을 인증하는 제도다.

젖소는 2024년 처음 인증 대상에 포함됐다. 그해 저탄소 인증을 받은 젖소 농가는 24곳이었지만, 2025년에는 신규 인증 농가가 109곳으로 늘었다. 한우와 돼지, 젖소를 합한 누적 저탄소 인증 농가는 지난해 599곳에 도달했다. 

정부는 저메탄 사료 급여도 지원하고 있다. 2024년부터 젖소와 한우에 일반 사료보다 메탄을 10% 이상 줄일 수 있는 저메탄 사료를 공급하는 농가에 이행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농식품부는 저메탄 사료와 가축분뇨 에너지화, 축종별 생산성 개선 등을 통해 축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940만톤에서 2030년 770만톤으로 18% 줄인다는 목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부 유업체들은 저탄소 인증 원유를 별도로 집유해 제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친환경이라는 표현이 포장재나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고, 목장에서 일정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을 확인한 원유와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인증 농가가 늘어난다고 해서 유업계 전체 배출량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인증 기준은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를 일정 수준 줄이는 배출 집약도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농가당 젖소 사육두수와 전체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 제품 단위 배출량이 감소하더라도 총배출량은 늘어날 수 있다.

또 인증 원유가 일반 원유와 구분돼 얼마나 많은 제품에 사용되는지, 감축 기술을 적용한 뒤 농장별 실제 배출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공개 자료도 아직 제한적이다. 친환경 유제품 시장이 커지려면 인증 농가 수뿐 아니라 저탄소 원유 사용량과 제품별 탄소발자국, 공급망 총배출량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탄소 인증 원유 제품화 나선 사례 
서울우유협동조합 '저탄소인증우유'. (사진 서울우유협동조합)/뉴스펭귄

국내 유업체 가운데 목장 단계의 저탄소 인증을 제품 판매와 연결하고 있는 곳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이다. 서울우유는 2025년 10월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은 목장의 원유로 만든 '저탄소인증우유'를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저탄소 축산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치보다 10% 이상 감축한 목장의 원유가 사용된다. 서울우유에 따르면 저탄소 인증 원유는 일반 원유와 분리해 집유·관리한다.

출시 당시 서울우유에 원유를 공급하는 저탄소 인증 목장은 96곳이었다. 이후 인증 목장은 107곳으로 늘었다. 젖소 저탄소 인증 농가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인증 원유를 일정 규모 이상 확보하고 제품화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서울우유는 지난 3월 저탄소인증우유의 월간 판매량이 전월보다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저탄소 인증우유의 판매 채널은 기업 간 거래로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5월부터 이디야커피 전국 매장에 공급하는 우유를 저탄소인증우유로 전환했다. 프랜차이즈의 원재료 조달 단계에 저탄소 원유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10일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현재까지 저탄소 인증을 받은 목장은 107곳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유업계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 트렌드에서 친환경적인 부분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춰서 ESG경영을 실천하고 탄소 감축 등 지속가능한 낙농 확산에 힘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메탄 자체를 줄이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지난 5월 디에스엠퍼메니쉬, 국내 동물의약품 판매사 에이씨씨와 '저탄소 낙농 생태계 구축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은 저탄소 유제품 소비와 저탄소 인증 농장을 확대하고, 메탄 저감 사료첨가제 '보베어'의 국내 낙농 현장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베어는 젖소의 반추위에서 메탄이 생성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3-NOP 계열 사료첨가제다. 제조사인 디에스엠퍼메니쉬는 젖소에 사용할 경우 장내 발효 메탄 배출량을 평균 약 3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럽식품안전청(EFSA)도 권장 사용 조건에서 젖소에 대한 안전성과 메탄 감축 가능성을 평가했고, 유럽연합은 2022년 사용을 승인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문진섭 조합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소비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저탄소 전환 가속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