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심각합니다”…씨 마른 전세, 폭등한 월세, 갈 곳 잃은 서민들

조문희 기자 2026. 7.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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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판박이’ 李 부동산 정책…임대차 시장 불안감 고조 
‘수요 분산’ 외쳐도 시장은 요지부동…‘패닉 바잉’ 재연 우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부동산 하면서 이런 경우 처음입니다. 물건을 보여드리고 싶어도 없어요. 이 동네가 이런 적이 없는데 진짜 심각한 수준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26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해온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근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단 3건. 호가는 2년 전 실거래가 대비 1억원이 뛴 상태다. 낡은 아파트라 직접 살기보다 세를 놓는 집주인이 많아, 평균 20건씩은 매물이 있던 곳이라는 설명이다.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인근 역세권 400세대 규모 아파트는 전세도 월세도 0개다.

이곳만의 얘기가 아니다. 수도권 전역이 전월세 품귀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6개월 사이에 전세 매물이 최대 80% 급감한 자치구가 속출하고, 임대차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춘 단지도 잇따르는 중이다. 전월세 가격도 예외 없이 폭등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부동산 폭등기로 꼽혔던 2021~22년 한 차례 겪어본 국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대책도 그때와 닮은꼴로 반복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치솟은 전세가가 결국 매매가까지 밀어올렸던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서민 지역부터 없어졌다…노도강 전세 매물 '반 토막'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6.7로 2021년 1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공인중개사들의 체감도를 점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집을 내놓는 사람보다 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세 대란'으로 불렸던 5년 전만큼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전세 물량 감소율은 최대 86%에 달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전 대비 전세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으로, 1월1일 2106건이던 매물이 7월8일 기준 295건으로 급감했다. 동대문구 이문동이 79.1%로 감소하며 뒤를 이었고, 구로구 구로동 56.5%, 노원구 상계동 52.0% 순으로 줄어들었다.

개별 단지로 좁혀보면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총 2678세대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7월8일 기준 전세 매물은 69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입주 당시 1200건 수준이었던 매물이 94% 쪼그라든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전세 세입자 들이기가 까다로워진 여파다. 현재 전용 59㎡ 전세 호가는 14억원에 형성돼 있지만, 현재까지 전세 거래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1단지'도 마찬가지다. 총 4169세대 중 전세 매물은 단 8건이다. 지난해 11월 입주 무렵만 해도 400~600개에 달했던 전세 매물이 8개월 만에 98% 급감했다. 전용 84㎡ 기준 6억원이었던 전세가는 올해 5월 9억7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썼다. 이 일대 중개업소 측은 "그나마 서울에서 입주 물량이 많았던 지역이라 전세가 남아있는 것"이라며 "보통은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 전세가 일단 뜨면 무조건 잡으라는 얘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의 상대적 외곽 지역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른바 '서민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역시 2214세대 중 전세 매물은 21개다. 반년 전 40개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재 거래 대부분은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다. 지난달 신규 전세 거래는 3억6000만원에 성사됐는데, 6개월 전 3억1500만원 대비 4500만원 올랐다.

서울 떠나도 사정은 비슷…월세 상승률은 4배 뛰어

치솟는 주거비를 견디지 못하고 서울을 떠나는 행렬도 늘어났다. 국가데이터처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8만398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났다. 밀려난 이주자의 수요가 몰리면서 경기도의 임대차 시장은 더 심각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아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1만7745건이던 경기도 전체 전세 물량은 7월8일 1만2551건으로 29.3% 줄어들며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경기도 광명시가 같은 기간 1716건에서 296건으로 82.8% 급감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기초자치단체에 올랐다. 지하철 7호선 인근에 위치한 '철산 래미안자이'는 2072가구 대단지임에도 7월8일 기준 전세가 2건밖에 없으며, 인근 1248가구 규모의 '광명 두산위브 트레지움'에는 아예 세를 놓은 물건이 하나도 없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가격은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누적 상승률은 5.3%를 기록했다. 시계열을 1년 전으로 넓히면, 상승률은 8.8%로 치솟는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13.2%), 강북구(11.4%), 도봉구(11.8%)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5.7% 올랐는데, 하남시의 누적 상승률은 17.4%에 달했다. 성남시(12.4%), 광명시(11.2%), 구리시(11%) 등에서도 오름세가 확연하다.

재현되는 '전세 대란', '패닉 바잉' 불러오나

부족해진 아파트 전세는 월세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월세 또는 반전세로 내몰리면서 월세 수급 역시 악화하고 있어서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14.8로 전월(109.7)보다 5.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21년 6월(116.3) 이후 최고치다. 올해 월세 가격 누적 상승률은 3.37%로 지난해 같은 기간(0.78%)의 약 4.3배를 나타냈다.

문제는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가까지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년 10월 이후 수도권 전세가 등락은 시차를 두고 매매가 등락에 영향을 끼쳐왔다"며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금은 일종의 레버리지로 작용해 전세가 상승 시 매매가 상승을 견인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실제 집값이 폭등했던 2021~22년 당시 전세가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임대차 3법 시행 직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며 갱신 물량이 묶였고, 이는 시중 매물 급감과 전세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오른 전세가는 "이럴 바엔 사자"는 '패닉 바잉' 수요로 이어져 매매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2017년 5월~2022년 5월) 동안 서울의 매매가격은 평균 46.9% 상승해 역대 정부 상승률을 뛰어넘었고, 전셋값은 27.5% 상승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고자 26번에 걸쳐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 전역을 투기지역으로 묶은 데 이어 조정대상지역을 비수도권까지 점차 확대했으며, 서울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를 제한했다.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 대출 금지가 이때 처음 나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중과 등 고강도 세제 카드도 꺼내들었다.

5년이 지난 현재 비슷한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곳에 이어 지난달 동탄·기흥·구리까지 확대 지정됐다. 고가 주택 대출 제한은 부활했고,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도 폐기됐으며, 이달 말 발표될 세제 개편안은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신 현 정부는 '수요 분산'에 방점을 찍고 대책을 시행 중이다. 공공임대 확대가 대표적이다. 무리해 집을 사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같은 구상 역시 수급 불균형에 가로막힌 상태다. 최근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진행한 올해 1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는 1884가구 공급에 9만1772명이 몰리며 4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시에 증시를 활성화해 부동산에 묶인 자산을 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것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시기에 부동산만 가격 변동이 없거나 내려야 한다는 정책목표는 실현 가능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당장의 전월세 폭등 국면을 잠재울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당분간 매매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가격은 공급 부족 압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영역"이라며 "입주 물량 감소와 1주택 실거주자 중심의 시장 재편 등이 맞물리며 전세 가격이 상승할 것이며, 이는 매매가 하락을 막아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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