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사실상 차기 '영국 총리'  확정…"지역 발전·군사력 재건" 강조

김민호 2026. 7. 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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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당대표로 단독 출마
당내 하원의원 80% 압도적 지지
지역 균형 발전·군사력 강화 기치
앤디 버넘 노동당 하원의원이 지난달 29일 영국 북부 맨체스터에서 연설하며 활짝 웃고 있다. 맨체스터=AFP 연합뉴스

앤디 버넘 영국 하원의원이 사실상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넘이 키어 스타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노동당의 당대표 경선에 당내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단독 출마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집권당(노동당) 당대표가 총리로 선출된다. 버넘은 현지 언론에 총리가 되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어 “재산업화 물결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다. 영국 산업계를 발판으로 “하드파워(군사력)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버넘은 노동당이 경선 출마자를 접수하기 시작한 이날 노동당 하원의원 403명 가운데 322명(80%)의 지지를 얻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규정상 하원의원 81명이 지지해야 출마가 가능하기에, 또 다른 도전자가 나타나기에는 어려워졌다. 후보 등록은 이달 16일까지 진행되지만 잠재적 경쟁자들이 없는 만큼, 버넘이 20일에 새 총리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달 후임자가 선출되는 대로 즉시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불과 지난달까지 그레이트 맨체스터 시장이었던 버넘은 이날 후보 등록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넘의 정치적 도약이 영국 현지에서도 이례적 사건으로 주목받는다고 전했다. 그가 영국 제2의 도시(그레이트 맨체스터)를 9년간 이끌며 명성을 얻었지만, 중앙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WSJ는 스타머 총리가 경제 침체 등 복합적 이유로 인기를 잃어버린 순간을 버넘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버넘은 기성 정치인과 달리 티셔츠, 스포츠 재킷을 입고 현장을 누비며 민심을 얻었고 때마침 지역 경제도 급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버넘은 지난달 하원의원에 출마하며 "스타머 총리를 몰아내도록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버넘이 차기 총리를 맡으면 영국 정부의 정책은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버넘은 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 발전을 주장해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버넘이 강조해온 이른바 ‘맨체스터주의(비즈니스 친화적 사회주의)’가 경제 정책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맨체스터주의는 교통과 주택, 사회기반시설 분야에 민간·공공자금을 유치하되 정부 개입도 강화하는 방식이다. 버넘은 최근 경제 성장에서 소외된 지역을 "재산업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교 노선도 달라진다. 버넘은 영국 가디언을 통해 "노동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용인하면서, 노동당 지지층 일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버넘은 “이스라엘 정부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내 폭력 가담자에 대한 추가 제재와 이스라엘 정착촌 상품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군사력 강화도 주요 과제다. 영국은 군사 장비를 현대화하는 한편, 유런엽합(EU)과 국방·안보 분야 협력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넘은 영국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우리 군사 장비의 대부분이 처음 설계됐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시대가 매우 달라졌다”며 “이에 맞춰 우리의 하드파워(군사력)를 재건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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