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20년 만의 총선 11월28일로 확정…곳곳 암초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0여년 만에 실시되는 의회 선거(총선)를 오는 11월28일에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총선은 팔레스타인이 장기간 중단됐던 선거를 재개해 ‘주권 국가’로서의 체제 개혁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관영 와파(WAFA) 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선거일을 확정하고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총선은 2006년 1월에 치러졌다. 당시 선거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정부의 취약한 통치 구조가 드러나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고, 이후 선거가 열리지 않으면서 민주적 정당성 논란이 이어졌다.
당시 선거에선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체 132석 중 74석을 차지하며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파타흐 정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했다. 선거 이후 약 1년 반 동안 양당의 불안정한 권력 분담이 이어지다가, 2007년 가자지구에서 단기 내전 끝에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하면서 파타흐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실질 통치 범위는 요르단강 서안 일부로 축소됐다.
하마스-파타흐 갈등으로 의회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고, 2018년 팔레스타인 헌법재판소가 입법의회를 공식 해산한 뒤에도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정치·행정 실권을 쥔 상태가 이어져 왔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에도 하마스는 실권 세력으로 남아 있지만, 가자지구는 상당 부분이 이스라엘군의 군사적 통제에 놓여 있으며 임시 행정체계가 뒤섞인 복잡한 상황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 속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실질적 역할을 하려면 부패·비민주성·통치 역량 등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총선은 그 개혁의 하나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과거에도 아바스 수반은 2021년 총선·대선 일정을 발표했다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주민의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선거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파타흐의 지지율 하락과 정파 분열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에도 선거가 실제로 치러지려면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유권자들의 투표를 허용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유권자 이동을 제한하고 후보자를 체포하며 서안지구에서 가자지구로의 물자 수송을 거부하는 식의 방법으로 선거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바스 수반은 2005년 1월 선거에서 당선돼 2009년 임기가 종료됐지만, 이후 수반 선거가 거듭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현재까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내부와 국제사회에서 아바스 체제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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