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홈플러스 곳곳 텅 빈 매대... 비상 운영 속 버티는 직원들
PB 상품·생활용품 재고 소진… 50~60% 할인
텅 빈 매대·협력사 이탈… 곳곳은 비상 운영
파산 갈림길… 20일까지 운영자금 확보 관건
‘정상 영업합니다.’
10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홈플러스 야탑점. 입구에는 이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은 예상과 달리 손님들로 북적였다. 유·무인 계산대 대부분이 운영 중이었고 계산을 기다리는 줄도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카트와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은 평소와 달랐다. 야채, 고기 등 신선식품 대신 자체 브랜드(PB) ‘심플러스’ 가공식품과 프라이팬, 조립식 가구, 이불, 샴푸, 기저귀,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었다. 파산 기로에 선 홈플러스가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막판 할인’을 노린 소비자가 몰린 것이다.

매장 곳곳에는 ’50% 할인‘, ’60%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상당수는 홈플러스 멤버십 회원에 적용되는 가격이었다. 계산 전에 휴대전화로 멤버십에 가입하거나 다른 온라인 쇼핑몰 가격과 비교하며 상품을 담는 소비자들도 눈에 띄었다. 브랜드 속옷과 양말, 수입 식기류, 가전제품도 반값 할인 대상이었다.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제품들도 있었다.
다이소를 가려다 홈플러스에 들렀다는 중년 부부는 “요즘 세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와봤다”고 했다. 500원짜리 핸드타월을 한가득 담은 30대 여성은 “물건이 많이 빠져 한동안 안 왔는데 할인 폭이 커졌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찾았다”고 했다. 한 고객이 라면과 일부 상품 위치를 묻자 직원은 “라면은 다 나갔다. 매대에 없으면 (재고가) 없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영업은 이어지고 있었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백이 뚜렷했다. 족발, 돈가스, 분식, 떡 등을 판매하던 임대 매장은 대부분 텅 비어 있고, 즉석식품이 진열돼야 할 매대에는 가공 커피, 김자반, 소스류가 대신 놓여 있었다. 조리대 위에는 할인 스티커가 붙은 선풍기와 대형 초코칩 쿠키가 듬성듬성 진열돼 있었다.
라면과 통조림, 와인 등 일부 매대에는 ‘고객님 성원에 힘입어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선식품 코너는 더욱 썰렁했다. 축산 매대에는 고기 대신 칼과 가위가 진열돼 있었고, 계란 진열대에는 플라스틱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수산 코너의 활어 수조는 텅 비어 있었고, 수조 관리표에는 마지막 해수 교체일이 지난달 29일로 적혀 있었다.

매장 운영은 사실상 비상 체제였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빠진 자리를 홈플러스 직원들이 메우고 있었다. 한 직원은 ‘그리터(Greeter)’라고 적힌 임시 명찰을 달고 입구에서 고객 안내를 맡고 있었고, 청소 인력이나 안전 요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시설관리 인력 공백 여부를 묻자 직원은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의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의류 매대를 오가며 상품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세일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며칠 사이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상품을 계속 채우고 재고를 확인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에서 따로 지침이 내려오거나 하는 특이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회생절차 폐지 이후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납품 차질, 배송 중단, 협력업체 이탈 등이 이어지고 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판매 수수료 방식으로 운영되는 일부 상품은 매장에 재고가 남아 있어도 대금 정산 문제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이 판매 가능한 재고 위주로 매대를 채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운영자금 최소 2000억원을 확보해 즉시항고 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금융그룹과 추가 운영자금 지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오는 14일 MBK 측과 만나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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