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100주년 ‘투란도트’…백석종, 칼라프로 국내 오페라 데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가 초연 1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른다.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해 온 테너 백석종이 이 작품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1926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공주 투란도트와 망국의 왕자 칼라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는 자신이 내는 수수께끼 세개를 모두 푸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고 답을 맞히지 못한 구혼자들은 목숨을 잃는다. 투란도트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칼라프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택한다. 세 문제를 모두 푼 칼라프는 이번엔 새벽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투란도트에게 제안한다. 온 나라에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진 밤, 칼라프가 승리를 확신하며 부르는 노래가 유명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이다.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칼라프를 맡은 백석종은 “이 배역은 내 시그니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높은 음역, 극적 표현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배역이지만 내 목소리와 잘 맞고 승리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칼라프의 성격과도 닮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백석종은 이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로 고국의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보다 더 특별한 무대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투란도트를 연기하는 소프라노 에바 프원카는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가는 칼라프의 모습 때문에 이 작품의 제목을 ‘칼라프의 여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칼라프의 신발을 신고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란도트를 단순히 잔인하고 냉혹한 공주로 보지 않았다. 그는 “투란도트는 평범한 인간을 넘어서는 신화적이고 강렬한 존재”라며 “여러 겹의 면모를 가진 인물임을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백석종과 함께 칼라프를 맡은 테너 김영우는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세 대신 핑, 팡, 퐁 역할을 여러 차례 하면서 이 오페라의 제목을 <핑팡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막상 칼라프를 맡아보는 역시 이 작품은 칼라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웃었다.
<투란도트>의 결말은 오랫동안 연출가들이 풀어야 할 해석의 난제로 꼽혀왔다.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와 서사의 전개가 오늘날 관객들에게는 갑작스럽고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공연에서는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미리 쌓아가거나 결말을 새롭게 해석하는 다양한 시도도 있었다. 정선영 연출은 “줄거리와 전통적인 결말을 크게 바꾸기보다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라며 “먼저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복수와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지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가 맡는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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