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가 동시 가뭄 막는다고?..."해수 온도변화가 식량위기 완화"

해수면 온도 변화가 전세계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가뭄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해양의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이 전지구적 식량위기의 가능성을 일정부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공과대학 간디나가르(IITGN)와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1901~2020년 기후자료를 분석했더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세계 가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분석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이 짧은 기간 안에 가뭄 상태에 진입하면 이를 '동기화된 가뭄'으로 정의하고, 수천건의 연결 관계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동기화된 가뭄이 발생한 육지면적은 전세계의 1.8~6.5% 수준이었다. 이는 육지의 최대 6분의 1이 동시에 가뭄을 겪을 수 있다는 기존 추정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주요 가뭄의 중심지로는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북미 일부 지역이 꼽혔다. 이들 지역은 다른 지역의 가뭄 패턴과 강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밀·쌀·옥수수·대두의 경우 주요 농업 지역에서 중간 수준의 가뭄이 발생하면 농사 실패 확률이 25%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일부 지역의 옥수수와 대두는 그 수치가 40~50%까지 넘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이 전세계 주요 곡창지대에서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를 막는 핵심 요인이 바로 태평양을 비롯한 해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다. 연구팀은 "해양이 일으키는 기후변동은 지역별로 서로 다른 반응을 만들어내며, 여러 대륙을 동시에 덮는 단일한 글로벌 가뭄의 형성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엘니뇨-남방진동(ENSO) 현상이다. 엘니뇨 시기에는 호주가 주요 가뭄 허브로 부상하는 반면 다른 지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반대로 라니냐 시기에는 가뭄이 특정 패턴에 집중되기보다 지역적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최근 수십 년간 가뭄 강도 변화의 약 3분의 2는 강수량 변화와 관련이 있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량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와 남미에서는 강수량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였지만, 유럽과 아시아 등 중위도 지역에서는 기온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글로벌 식량안보 대응 전략 수립에도 중요하다고 시사했다. 특정지역의 가뭄을 지구 전체를 연결된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글로벌 식량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전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우디트 바티아 박사는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구 앞에서 인류가 무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양과 강수, 기온 사이의 균형을 이해하면 주요 가뭄 허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특정지역의 작황 부진이 전세계 식량 가격급등으로 이어지기 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 인바이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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