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민물거북 바다에 불법 방생..."구조해도 결국 폐사"

이지연 기자 2026. 7. 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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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문무대왕릉 인근 해변에서 붉은귀거북이 불법 방생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굿당에서 물고기나 거북 등 '방생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며 기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추정된다. 문제는 붉은귀거북이 생태계교란종이어서 자연에 함부로 풀어두면 안 되고, 시민이 거북을 구조해도 보호 규정 등이 명확하지 않아 후속조치가 어렵다. 최근 한 제보자가 이 거북을 구조했지만 그 개체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폐사했다.
지난 6월 28일 경주 문무대왕릉 인근 해변에서 발견된 붉은귀거북.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지난 6월 말, 20대 직장인 A씨(제보자)가 경주 문무대왕릉 인근 해변에서 붉은귀거북을 발견했다. 제보자는 거북을 구조한 후 지자체에 후속 처리 절차를 문의했으나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거북은 며칠 후 폐사했다. 

붉은귀거북은 바다가 아닌 민물에 사는 종이다. 우리나라는 이 종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자연에 풀어놓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생태계에 함부로 풀어놓을 수 없고 바다에 살지도 않는 종인데 왜 바닷가에서 발견됐을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뉴스펭귄>은 2022년 문무대왕릉 근처 해변에서 붉은귀거북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바다에 방생되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 것이다.

기도발 잘 받는 곳? 누가, 왜, 민물거북 바다에 방생하나

문무대왕릉은 세계 유일 바다 위 수중왕릉이다. 이 일대는 일부 무속인 등이 기도와 함께 물고기나 거북 등 이른바 '방생고기'를 바다에 풀어주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기도발이 잘 받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무속인들이 찾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은 용왕으로 여기는 문무대왕에게 제물로 바친다는 의미로 살아있는 생물을 바다에 방생한다.

제보자 역시 해당 거북을 인근 굿당 관계자들이 방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A씨는 "근처에서 굿이 진행되는 모습을 봤고 '방생고기' 판매 안내 문구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변으로 이동했고 암초 부근에서 약 25cm 크기의 거북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래는 제보자가 직접 찍은 영상이다.
제보자는 거북을 구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바다거북을 쉽게 볼 일이 없고, 생김새를 보니 민물거북 같았다"며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 바다에 들어가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거북 상태는 좋지 않았고 등껍질 일부가 벗겨져 핏줄이 보일 정도였다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거북의 등껍질 일부가 벗겨져 있는 모습.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A씨는 구조 후 온라인 검색을 통해 붉은귀거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생태계교란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지만 발견한 날이 주말이어서 지자체나 환경 당국 등에 연락하기 어려워 일단 집으로 거북을 데려와 임시보호했다.

안락사 피할 곳 찾았지만...결국 목숨 잃어

A씨는 주말 이후 주거지 구청에 거북을 어디로 보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지자체 측은 생태계교란종을 수거하면 안락사하거나 연구·생물자원 활용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진 A씨는 직접 보호할 방법을 찾았다. 생태계교란 생물은 정해진 조건을 충족할 경우 지방환경관서 허가를 받아 정해진 목적대로 사육·재배 등을 할 수 있다. 그는 관련 절차에 따라 사육 허가를 신청했고, 허가를 기다렸다. 하지만 건강이 나빴던 거북의 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지난 2일 폐사했다.

A씨는 "생태계교란종을 함부로 방생하는 것도 문제고, 종교적인 의식 등을 이유로 살아있는 생물을 바다에 던지는 행동 자체도 비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거북 등껍질에 난 상처.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거북은 구조 며칠 뒤인 지난 2일 폐사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뉴스펭귄

방생된 거북은 어디서 왔을까

이 문제는 지역 언론 등을 통해서도 공론화 된 바 있다. 지난 6월 대구 M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기도 명당이라는 소문에 방생 등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경주시가 단속과 철거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인근 횟집 등에서는 '방생고기'를 판매 중이다. 

다만 붉은귀거북을 인근 상점에서 판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스펭귄>이 해당 바닷가 인근 방생고기 판매점 3곳에 직접 문의한 결과, 업체들은 "거북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상인은 "붉은귀거북은 생태계교란종이라 판매가 금지돼 있고, 민물에 사는 종이라 바다에 풀어도 어차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가끔 자라 등을 방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거북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구매해 풀어놓는 경우가 있는 것 같고, 이 지역 일대 가게들에선 팔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도 관련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 경주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붉은귀거북은 5월부터 7월까지 산란기라 이 시기에 관련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수거한 뒤 폐기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생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고 발견 시 관할 지역에 신고해야 한다"며 "주말 등 업무시간 외에는 지자체 당직실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지역에서 구체적인 신고가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무대왕릉 인근에서 생태계교란종을 방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Envato)/뉴스펭귄

버릴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생태계교란종

붉은귀거북은 북미 원산이다. 과거 애완용 등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무분별한 유기와 방생 등으로 빠르게 야생에 퍼졌다. 이후 토종 생물인 남생이, 자라 등과 경쟁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로 2001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함부로 자연에 내놓으면 안 된다는 규정은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5조제5호에 따르면, 생태계교란 생물의 방출·방생·유기 등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를 발견하거나 구조한 경우에도 선택지는 좁다. 자연으로 보내는 건 안 되는데, 개인이 보호하는 일도 절차와 규정 상 쉽지 않다.

생태 전문가들은 우선 방생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는 "무엇보다 생태계교란 생물이 자연에 무분별하게 유기·방생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 연구사는 "생태계교란을 예방하기 위해 종교적 목적 등으로 살아있는 생물을 자연에 풀어주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방생 문화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거북이 반드시 종교적인 이유로 방생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래 동물을 '애완 목적'으로 기르는 사례도 있어서다. 도 연구사는 "생태계교란종 사육은 불법이지만 외래 거북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이 자라면서 냄새가 나는 등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유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호수 등에서 외래 거북이 종종 발견된다.

그는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