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로 퍼지는 폐렴 원인균...美뉴욕서 벌써 28명 '감염'

미국 뉴욕에서 레지오넬라균 감염이 집단 발생한 가운데 기후변화가 새로운 감염병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레지오넬라증 환자 28명이 발생했다. 뉴욕시 보건당국은 감염원을 찾기 위해 건물 냉각탑 약 160곳의 물을 채취해 조사하고 있으며, 위험성이 확인된 19개 건물에는 냉각탑 배수와 소독을 명령했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 뉴모필라(Legionella pneumophila)라는 세균이 원인인 중증 폐렴이다. 따뜻한 물에서 흔히 번식하는 세균이며, 균에 오염된 물이 안개 등으로 공기 중에 퍼져 이를 흡입하면 감염될 수 있다.
세균이 증식하는 주 원인으로는 노후한 수도시설과 냉각탑 관리 부실, 기온 상승 등이 꼽힌다. 대형건물의 냉각탑은 물론 욕조, 분수 등 물이 고여 따뜻하게 유지되는 시설이라면 어디서든 세균이 번성할 수 있다. 진품이 아닌 유리 세정제를 자주 사용할 경우 균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감염되면 기침과 고열, 두통, 근육통,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 감기와 헷갈리기 쉽지만 감염된 사람의 최대 10%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유병률이 10만명당 약 3명에 불과해 발생 자체는 드물지만,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시 보건국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앨리스터 마틴 뉴욕시 보건국장은 "뉴욕은 이제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레지오넬라균 노출 위험과 집단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레지오넬라증은 이미 최근 수년간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집단 발병의 감염원 규명에는 약 한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보건당국은 냉각탑에서 검출된 균이 실제 살아있는 균주인지 확인하고, 환자 검체와 유전자 정보를 비교해야 정확한 감염원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대부분의 감염 사례는 끝내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레지오넬라균 증식을 촉진하는 만큼, 폭염과 기온 상승이 이어질수록 유사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균이 공기 중으로 퍼진 물방울을 통해 전파된다는 점에서, 예방을 위해서는 시설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반 시민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여름철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같은 폐렴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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