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1500년 전부터 교류, 큰 유산... 전쟁에도 이란 미래 안 멈춰”

“이란과 한국은 약 1500년 전 실크로드 때부터 이어져온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을 만나보면 문화와 문명에서 나오는 힘이 있습니다.”
이란 과학기술부통령실 지식 기반 경제 개발 담당인 모하마드 자바드 사드리메르(45) 박사는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오랜 관계는 우리로선 큰 유산”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오늘날 이란에선 ‘주몽’이란 드라마를 6~7번 보는 사람들도 있고, 젊은 층은 K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지난 2~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로보컵(ROBOCUP) 2026’을 참관하기 위해 이란 대표단과 함께 지난달 말 방한했다. 1997년 일본 나고야에서 시작된 로보컵은 로봇 축구, 재난 구조, 가정 서비스, 산업 현장 등 부문에서 각국 연구팀의 기술력을 가리는 국제 대회다. 한국 개최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한국 대회엔 45개국에서 364개 팀, 선수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 6개 연구팀을 파견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로보컵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경쟁보다 협력”이라며 “한국 팀들이 뛰어난 팀워크를 보여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올해 로보컵 대회 참석은 이란으로선 다른 나라보다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이란이 지난 1년간 두 차례의 전쟁을 겪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과학과 지식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뜻”이라고 했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데 이어 올해 2월 대규모 공습을 본격화하면서, 이란의 과학·기술 분야 기반은 상당 부분 붕괴됐다. 지난달 발표된 이란 의회 연구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일부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4800MW(메가와트)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주요 산업 생산망이 망가졌다. 이란 과학기술대, 테헤란 샤라프 공과대 등 대학 수십 곳도 폭격 피해를 겪었다. 전쟁의 폐해가 과학·기술 분야로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란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작년 초까지만 해도 AI(인공지능), IT(정보통신), 나노기술, 바이오 등 자국의 첨단 산업 기업이 1만100여 곳에 달했으며, 이들 기업은 연간 180억 달러(약 2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당시 이란 GDP(국내총생산)의 3%에 가까운 액수였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직원 50만 명의 고용도 창출했다. 아마존, 우버 등 외국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 주변 국가들과 달리 이란은 이커머스, 핀테크, 인슈어테크 등 부문에서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부터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고 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종전 후 이란의 과학·기술 정책 목표를 계획대로 이어갈 것이라면서 “전쟁이란 장애물이 이란의 미래를 멈춰 세울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안에 이란 내 첨단 산업 기업을 2만 곳 이상으로 늘리고, GDP 대비 이들 기업의 매출 비중을 매년 1.5%씩 확대할 계획”이라며 “전쟁 중에도 이란 기업들은 30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는데 앞으론 이 규모를 매년 30%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 기업의 시설 복구, 생산성 유지, 인력 고용 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한국과 이란간의 과학·기술 분야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4년 탄소 배출 감축 기술 등을 협의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전쟁으로 인해 해당 논의가 중단됐다고 한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이번 방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이 협력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양국은 아직 서로의 기술 수준과 강점을 제대로 알지 못 하기 때문에 작은 협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는 양국 수도인 서울시와 테헤란시의 스마트시티 등 도시 운영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고 한다. 앞서 서울시와 테헤란시는 1977년 맺은 자매결연을 기념해 각 도시에 ‘테헤란로’, ‘서울로’를 만든 인연이 있다.
사드리메르 박사는 “이란에선 누군가와 우정을 맺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시한다”며 “이란과 한국의 오랜 관계는 양국의 우정을 더욱 굳건히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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