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총격에 멕시코 출신 세 아이 아버지 사망…정부 “형사고발·민사소송”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멕시코 정부가 미국 사법당국에 책임자를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각)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이민 당국의 구금시설이나 단속 과정에서 숨진 멕시코인 사건과 관련해 “이를 외면할 수 없다”며 미국 검찰에 형사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항의를 넘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최근 이민세관단속국 단속 과정에서 멕시코인 1명이 사망한 사건은 슬프고 안타까울 뿐 아니라, 특정 대상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책임자를 상대로 미국의 주 검찰과 연방 검찰에 공식 고발장을 제출하고,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인권침해 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토 벨라스코 알바레스 외교부 장관은 형사고발과 함께 미국 내 이민구금시설을 운영하는 민간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국적의 사망자가 모두 58명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멕시코인은 구금 중 사망 14명과 단속 과정 사망 3명 등 모두 17명이라고 이날 멕시코 현지 매체 라호르나다와 로이터 통신 등은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그동안 미국 정부에 사망 사건 조사를 요구하는 외교 공한을 보내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미주인권위원회(CIDH)의 개입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외교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미국 수사기관에 직접 형사 책임을 묻는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을 둘러싼 미국과 멕시코의 갈등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정부의 이번 대응은 지난 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한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52)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세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그는 미국 휴스턴에서 35년 동안 미등록 상태로 살면서 건설 노동자로 일했고 최근 취업허가를 받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살가도 아라우호가 승합차로 단속 차량을 들이받고 요원을 치려 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은 이를 부인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장 요원들에게 보디캠이 지급되지 않아 총격 경위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총격이 발생한 휴스턴 매그놀리아파크는 ‘리틀 멕시코’로 불리는 라틴계 공동체의 중심지다. 주민의 97%가 히스패닉계이고 44%는 이민자다. 사건 다음 날인 8일 주민 1000여명이 항의 행진을 벌였고, 현장에는 살가도 아라우호를 추모하는 꽃과 촛불이 이어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자 구금 중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고, 모든 구금자에게 적법절차와 식사·식수·의료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살가도 아라우호 총살 사건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복귀한 뒤 이민 단속 과정에서 총격으로 숨진 사람은 최소 6명으로 늘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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