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삼전닉스, 美로 데려오고 싶다” ‘메가프로젝트’發 압박 현실화하나[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2026. 7. 1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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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211>
“마이크론, 반기지 않겠지만 데려오고 싶어”
“마이크론 선두에...결국 따라올 것”
삼전닉스, 韓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시장선 “미국에도 투자하라” 압박↑우려
日언론선 ‘한미 통상마찰’ 가능성까지 제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미 투자 압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이 15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내 투자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미국이 “미국에도 투자하라”는 식의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이날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 타운 팹(반도체 생산공장) 콘크리트 타설식에 참석해 세부 사안은 밝히지 않은 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그(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의 경쟁사인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선두에 서 있고 이제 다른 회사들은 질투할 것이다.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 내 팹, 기술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대미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블룸버그는 “러트닉 장관이 마이크론 CEO가 경쟁사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향후 몇 년간 880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인 국내 투자 발표를 본 미국이 이들 업체의 대미 투자 압박 고삐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한 후 한국,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면서 100%에 달하는 반도체 관세 폭탄도 예고하고,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와 관세 면제 규모를 연동시키는 방안도 고안했지만 결국 미국 내 물가 급등 우려에 관세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만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일단 발표하자 ‘미국에도 투자하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한국의 메가 프로젝트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석권이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일본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일 기사에서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60%에 달한다”며 “한미 통상 문제의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AI용 메모리 수요의 급증으로 한국 기업에 공급이 집중되면 앞으로 통상 마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기업이 지나치게 점유율을 높이면 독점 상태를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미국이 생산 거점의 현지 이전이나 투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1980년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리자 일본에 통상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아 보복 관세를 때렸고, 1986년 1차 미일 반도체 협정도 맺었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에 저가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고, 일본 내 미국 반도체 업체 점유율(쿼터)을 두 배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1992년 2차 미일 반도체협정까지 이어지며 결국 반도체 생산 주도권은 한국, 대만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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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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