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년들 돌아오도록"…민선 9기 전재수 시정 향한 '민생 청구서'
"골목상권 경기 회복 최우선 되어야"
외국인 관광객 증가…맞춤 정책 필요
해양수도 기대감…돔구장엔 이견
'여소야대' 속 민생·성장 동력 확보 필요

떠나간 청년들을 불러들일 '양질의 일자리', 그리고 무너진 골목상권을 살려낼 '바닥 경기 복원'. 민선 9기 전재수 시정을 맞이한 부산 시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해양수도'라는 정체성 확보와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시대, '여소야대' 정치 구도까지,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가장 큰 바람은 '일자리'…"청년들 부산 돌아오도록"
권 씨는 "아들 2명을 둔 엄마의 입장으로서 요즘 부산에는 청년들이 취직할 좋은 일자리가 정말 없는 것 같다"며 "과거에는 수출용 의류 공장이나 우리가 일할 곳이 그래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엄마의 마음으로 젊은이들의 일할 자리를 좀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자영업자 여기훈(31·남)씨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직장 때문에 올라간 사람들이 일자리만 있으면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AI 혁신산업 등 일자리에 대한 공약이 반드시 지켜져 청년들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있어서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면 저 같은 자영업자들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업 구상을 할 수 있고, 상권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는,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들 한숨만 푹푹"…밑바닥 경기 회복 요구 터져 나와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밑바닥 경기 회복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면시장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하며 자리를 지켜온 임수현(57·남)씨는 "요즘 자영업 100곳이 문을 열면 거의 80곳은 문을 닫는 것 같다"며 "상인들을 위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등 돈을 풀어서라도 밑바닥 경제를 끌어올리고 파산하는 자영업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 지금 부산 시장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밑바닥 경기 회복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밑바닥 경제가 튼튼해야 위로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다. 경제가 갑자기 일어나는 대규모 정책보다 소상공인 지원이나 청년 일자리 같은 기초적인 것부터 다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근 지하상가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조미연(48·여)씨는 "저 뿐만 아니라 근처 다른 상인들도 다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정말로 경기가 안 좋아 많이 힘들다"며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경기가 언제쯤 괜찮아질까 항상 그 걱정밖에 없다. 선거 때 중앙정부 지원을 끌어오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실제로 잘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어찌 됐든 경기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시대…"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부산의 길거리에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변화를 가장 먼저 몸소 체감하고 있다. 상인들은 이러한 변화가 상권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포동의 한 상점 직원인 이동현(29·남)씨는 "지금 부산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이 오고 있다. 가게에서 일하면서 봐도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온다"며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만큼 부산에서 돈을 많이 쓸 수 있게 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지역 경제와 상권 활성화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미연씨는 "지금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이 몰려오고 있는데도 지하상가 상권은 안 풀리고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며 "잘 되는 곳은 잘 되지만 상당수 자영업자 잘 안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요새 외국인들도 돈을 잘 안 쓰려고 하는 추세인데 부산시 차원에서 외국인들의 마음을 열고 소비를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추진해 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산하면 바다 아입니꺼" 해양수도 기대감

전재수 부산시장이 선거부터 핵심 공약으로 강조해 온 '해양수도 부산' 정책에 대해선 시민들 대체로 부산의 정체성에 걸맞은 발전 방향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해양산업 집적화로 해운 기업 등이 부산에 이전하며 일자리와 거주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어졌다.
서면시장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박기용(47·남)씨는 "다들 알다시피 부산엔 회사나 공장 같은 직장이 별로 없어서 일자리가 많이 없다"며 "해양수산부와 해운 기업 등이 부산에 내려오면서 청년들이 해양산업 관련한 분야로 많이 취직할 수 있으니 해양수도 정책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훈씨는 "부산하면 바다이다 보니까 부산의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부산만의 색깔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고, 관련 분야로 이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항 돔구장엔 의견 갈려…"민생 먼저" VS "미래 위한 투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북항 돔구장 건설 사업에는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천문학적인 예산에 비해 경제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과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임수현씨는 "나중을 생각하면 필요하긴 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산업 발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지금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초적인 밑바닥 민생부터 살리는 게 먼저다.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층 지원이나 민생 정책에 투입되어야 할 예산이 돔구장 사업으로 빠지면 안 된다. 돔구장은 차후에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미연씨는 "3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해서 과연 부산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경기가 살아날지 모르겠다. 별로 좋은 점이 없을 것 같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반면 권외숙씨는 "다른 데서 아끼더라도 투자할 때는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있는 유명한 대형 구장처럼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고, 해외 팀과도 경기를 하면서 투입한 예산보다 예상되는 경제적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공장 하나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적극 찬성했다.
'여소야대' 시의회…"상호 견제" vs "방해 우려"

민선 9기 부산시정 출범과 함께 개원한 제10대 부산시의회는 전체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을 차지했다. '여소야대' 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시정 견제와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 등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서면 지하상가 옷 가게 직원 김찬희(25·남)씨는 "시의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더 많으면서 부산이 여야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며 "균형이 맞아야 서로 견제하면서 부산을 위해서 더 일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가게 상인 문모(40대·여)씨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보니 전재수 시장이 뭘 하려고 해도 시의회 야당 의원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들며 도움을 주지 않고 무조건 반대할까 봐 걱정된다"며 "제가 느끼기엔 이전과 달리 일을 하려는 시장인데 시의회에서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해, 부산을 위해 필요한 사업들이 방해받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민생·미래 성장 동력…'돌아오는 부산' 될까

결국 현장의 목소리는 거창한 거대 담론보다 먹고사는 '민생'의 안정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달라는 주문으로 귀결된다.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고, 다시 불러들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복원력을 높이는 기초 경제 체력 강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해양수도 및 북항 개발 등 대형 사업의 실효성을 증명해 내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여소야대의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 전재수 시정이 시민들의 엇갈린 우려와 기대감을 소통과 협치로 풀어내며 '돌아오는 부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민선 9기의 시험대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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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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