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산실 ‘지역출판’ 정부와 지자체의 뒷받침 필요 [.txt]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7월4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 개막식에서 역사책 ‘원군교를 감시한 어느 한국인 순사의 증언’이 한국지역출판대상(별칭 천인독자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책은 보천교의 독립운동 관련 연구를 40년간 집대성한 역사학자 안후상의 구술사 기록이다. 전북 고창의 도서출판 기역에서 펴냈는데, 지역출판사 모임인 한국지역출판연대가 10년 전인 2017년의 한국지역도서전에서 제1회 수상작을 뽑은 이후 열번째 결실이다.
천인독자상은 천명의 독자가 지역출판의 활성화를 위해 1만원씩 후원해 만드는 상이라는 뜻을 담았다. 매년 독자의 후원을 모아 대상 1편과 공로상 4편을 시상한다. 역대 대상 수상작은 경남 창원의 출판사 피플파워가 펴낸 ‘남강오백리 물길여행’(2017)부터 대전의 월간토마토에서 발간한 ‘대전을 탐하다’(2025)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 산재한 출판사들의 역작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어 왔다. 지역출판은 지역문화의 알짜 산실이지만, 수요와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렵고 정작 정부와 지자체는 무관심했다.

서울 도심에서 개최해 올해도 15만명이 방문한 서울국제도서전과 한국지역도서전은 그 성격이 판이하다. 그간 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서울·파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오로지 의지 하나로 출판 활동을 지속하는 출판사들이 매년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해 왔다. 지역의 삶을 책으로 길어 올린 수확을 모아 공유하는 장이 올해부터는 제주로 고정된다는 소식이다.
한편, 지난 6월29일 열린 제2회 이희건상의 수상자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 전 20권을 번역한 일본어 완역팀이었다. 일본 출판사 쿠온의 김승복 대표와 번역가인 요시카와 나기, 시미즈 치사코가 그들이다. 2014년부터 10년에 걸친 ‘토지’ 완역 출판의 공로는 세종문화상 대통령상(2024)과 일본 마이니치출판문화상(2025)으로 양국에서 이미 공인받았다. 이번에는 재일교포 출신의 신한은행 창업자 이름으로 한·일 우호 증진에 기여한 이들을 격려하는 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상의 제1회 수상자는 우리나라 산업화 초기에 삼성전자 등에 기술과 자본을 적극 조력한 전 산요전기 회장 이우에 사토시였다.
‘토지’의 등장인물이 많은 데다 현재는 사라진 속담이나 사투리 등 숱한 번역의 어려움을 견뎌낸 10년간의 사투, 단기간에 불가능한 완역 출판을 독자의 도서 구입비 선지불과 독지가의 후원으로 배짱 좋게 버텨낸 뒷이야기가 행사장 수상 소감으로 공개되었다. 놀라운 것은 김승복 대표의 새로운 프로젝트 발표였다. 출판사와 서점을 경영하며 한국책 페스티벌을 성공시킨 그는 일본 출판사 30곳과 함께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 1천종을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일본 독자들이 한국을 더욱 넓고 깊게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다른 언어권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할 때 장내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역출판인들은 역경 속에서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지역문화 유산을 만든다. 한국책의 현지어 번역출판에 열정을 바치는 이도 있다. 이들의 활동을 북돋우는 든든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미래를 만드는 눈 밝은 문화정책이 해야 할 역할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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