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의 법률살롱] 광주 여고생 사건이 드러낸 세 가지 허점

이설희 기자 2026. 7. 1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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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친족 특례, 그리고 보완수사권까지

[우먼센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자정 무렵, 광주 광산구에서 귀가하던 고등학교 2학년 이채원(17) 양이 일면식 없는 23세 남성 장윤기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와 돕던 남학생도 흉기에 찔려 다쳤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당시 경찰은 이를 '묻지마 범죄'로 보고 '살인'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6월 초, 검찰이 다시 조사해보니(보완수사) 단순 살인이 아니라 성폭행을 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혐의를 더 무거운 '강간 등 살인'으로 바꿔 구속기소했다. 이어 7월 들어서는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 가해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앤 정황까지 드러났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 수사팀장 역시 핵심 증거를 사라지게 한 의혹을 받으며 긴급체포됐다.

이 흐름 속에서, "애초에 경찰 수사만 믿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경찰의 첫 판단과 검찰 보완수사로 드러난 진실

사건 초기 경찰은 장윤기가 특정 대상 없이 순간적인 분노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장윤기 본인도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검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조사했다(보완수사). 그 결과 이런 정황들이 새로 확인됐다.

▶장윤기가 차량으로 15분간 피해자를 뒤쫓은 점 ▶범행 직전 차량 뒷문이 열려 있던 점 ▶자취방에서 발견된, 목과 가슴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 ▶평소 주변인들에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위협적인 발언을 해왔다는 진술

이를 종합해 검찰은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피해자를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혐의도 '살인'에서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으로 바뀌었다.

이 혐의 차이가 왜 중요할까? -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

즉 일반 살인죄는 판사가 '징역 몇 년'으로 형량을 정할 여지가 있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둘 중 하나로만 선고할 수 있다. 그만큼 더 무거운 죄로 다뤄지는 것.

만약 경찰의 첫 판단('우발적 살인')이 그대로 굳어졌다면, 이 사건은 '길 가다 우연히 살해당한 사건'으로 남았을 수 있다. 검찰이 다시 파헤친 덕분에 '여성을 노린 성폭력 목적 범행'이라는 진짜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또 하나의 충격 - 현직 경찰 아버지와 수사팀장의 증거인멸 의혹

사진=연합뉴스

7월 들어 이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건, 가해자 아버지가 경찰 간부라는 사실과 함께 핵심 증거가 사라진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버지의 증거 폐기 정황  자취방에서 발견된, 성폭력 의도를 뒷받침하는 훼손된 리얼돌과 휴대전화 여러 대를 아버지가 직접 없앤 정황이 확인됐다.

▶수사팀장의 증거인멸 의혹사건 초기 차량을 수색했던 담당 수사팀장이, 납치 도구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를 정식으로 압수하지 않고 사라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차량 내부를 찍은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착 의혹  이 수사팀장이 아버지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미리 귀띔해줬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검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각각 특별수사팀을 꾸려 들여다보고 있다

왜 아버지는 처벌을 안 받을 수도 있을까 - '친족 특례'

사진=연합뉴스

형법 제155조 제4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쉽게 말해, 가족이 가족을 지키려고 증거를 없앤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 때문에, 아버지가 아들의 증거를 없앤 행위 자체는 지금으로선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경찰청도 "친족특례 때문에 형사처벌은 못 하더라도, 징계는 엄중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건? - 법조계는 이 특례가 아버지의 '모든' 행위를 봐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 

▶친족 특례가 봐주는 것  아버지가 '혼자' 증거를 없앤 행위

▶ 족 특례가 안 봐주는 것  아버지가 '남(수사팀장)을 시켜서' 증거를 없애게 한 행위

즉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되고, 그 배후에 아버지의 부탁이나 정보 유출이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 아버지는 "증거인멸을 시킨 죄(교사죄)"나 "수사 기밀을 넘겨받은 죄"로 별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건 "아버지가 수사팀장에게 구체적으로 부탁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성립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바뀌고 있는 것

사진=연합뉴스

이 논란을 계기로 법무부는 친족 특례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국회에도 친족 특례 조항을 아예 없애자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하나 있다. 가족 간 재산범죄를 무조건 형 면제해주던 조항(형법 제328조 제1항,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2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최근 이를 손질했다. 다만 이 특례를 아예 없앤 게 아니라, "무조건 봐주기"에서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 가능"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번 증거인멸 관련 친족 특례도 완전 폐지보다는, 이와 비슷하게 "법원 재량에 맡기자"는 절충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가족의 범행을 보고도 무조건 신고하라고 강제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사건이 보여준 것

사진=연합뉴스

\▶성폭력 목적 범죄를 정확히 규명하는 힘  경찰 단계에서 '우발적 살인'으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 검찰의 재수사로 '성폭력 목적 살인'이라는 실체에 다가갔다. 범죄를 정확히 이름 붙여야 재발 방지 대책도 제대로 논의될 수 있다.

▶경찰 내부 유착·부실 수사를 드러내는 계기  현직 경찰 간부인 아버지와 수사팀장을 둘러싼 의혹은, 검찰 보완수사와 경찰 자체 특별수사를 통해서야 드러났다. (다만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제도의 허점을 되짚는 계기  70년 넘게 유지된 친족 특례가 중대 강력범죄 앞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게 맞는지,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럼에도 '보완수사권 축소·폐지' 주장이 나오는 이유

이번 사건은 검찰 보완수사권의 순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며, 야권을 중심으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여전하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권한을 동시에 갖는 구조 자체가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서로 견제하게 해야 한다는 형사사법 원칙론 검찰의 정치적 수사 개입 논란이 과거에도 반복돼왔다는 역사

정리하면, 이번 사건이 "왜 보완수사권이 필요한가"를 보여준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반대편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논쟁은 검찰 권한을 얼마나 인정할지와 경찰을 어떻게 견제할지,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문제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은 한 소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넘어,

우리 사회의 수사 구조와 권력 견제 필요성을 동시에 보여준 사건입니다.

검찰의 수사·기소 권한 집중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가

아니면 경찰을 견제할 장치를 지키는 게 더 안심되는가

혹은 두 기관 모두를 견제할 제3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수사 시스템을 선택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 부친 및 수사팀장에 대한 형사책임 여부, 친족 특례 조항 개정 논의는 이 글 작성 시점(2026년 7월) 기준으로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며, 향후 수사 및 입법 결과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CREDIT INFO

글쓴이이루리 이루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대형 로펌과 사업 경험을 바탕 삼아 민사·상속·이혼법률문제를 주력으로 다루고 있다. 다수 기업의 자문 및 형사, 노동 이슈까지 섭렵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변호사다.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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