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명 살린 ‘기적의 시루섬’, 관광명소 됐다…단양군, 전국 최장 출렁다리 개장[현장]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이끼터널 인근 시루섬 탐방센터. 지난 5일 이른 아침부터 ‘시루섬 생태탐방교’를 찾기 위한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시루섬 생태탐방교는 남한강을 가로질러 시루섬 위를 오갈 수 있는 617m 교량이다. 단양군이 지난 1일 문을 연 곳으로, 종전 국내 최장 기록이었던 충남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600m)보다 17m가 더 길다. 단양군은 한국기록원을 통해 ‘국내 최장 출렁다리’ 공식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보라색으로 칠한 탐방교는 폭 1.8m 바닥 중앙이 철망처럼 뚫려있어 20여m 아래로 흐르는 남한강 물결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였다. 흔들림은 다리 중심부로 갈수록 심해졌다. 중간 지점인 전망 광장(47.18㎡)에 다다르자 시루섬과 주변을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절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시루섬은 50여 년 전 대홍수 당시 기적을 간직한 곳이다. 1972년 8월19일 태풍 ‘베티’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남한강이 범람하자, 주민 250여명이 피신하지 못해 고립됐다. 이들 중 198명이 마을에 있던 높이 6m, 지름 4m 물탱크 위로 올라가 서로에게 의지해 노약자들을 보호했다. 어린아이가 숨졌지만, 주민들이 동요할까봐 아이 어머니는 이 사실을 숨겼다. 주민들은 14시간 사투 끝에 구조됐고 그때서야 아이 죽음을 알게 됐다.
탐방교가 ‘기적의 다리’로 불리는 것은 그때 일 때문이다. 당시 20대 청년이었다는 노진국씨(82)는 조만간 탐방교를 찾을 예정이다. 노씨는 “좁은 물탱크 위에서 마을 사람들 합심과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고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다리가 생겨 감회가 새롭다. 꼭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양군은 이번 출렁다리 완공으로 시루섬이 단양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루섬 주변에는 만천하 스카이워크, 단양강 잔도, 단양역 복합관광단지 등이 있다.
특히 탐방교는 주탑에 연결한 케이블이 교량을 지지하는 현수교 공법과 다리 좌우 끝 지지대가 교량을 붙잡는 무주탑 공법을 혼합해 지어졌다. 국내 처음 적용된 공법으로, 최대 17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지난 5~6월 주말과 철쭉제 기간 등 16일 동안 진행된 시범 운영 기간에만 총 6만5500여명, 하루 평균 4000여명이 찾았을 정도로 인기다.
단양에서 나고 자란 주민 이길하씨(74)는 “앞으로 시루섬 주변에 전동 바이크나 케이블카 등의 관광시설이 들어서면 주말과 공휴일에 관광객들이 훨씬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양군은 다음 달까지 탐방교를 무료로 운영한 뒤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 5000원 입장료(3000원은 단양상품권으로 환급)를 받을 계획이다. 단양군민과 명예 군민, 장애인 등은 무료다.
조성우 단양군 관광개발팀 주무관은 “시루섬 ‘기적의 다리’와 만천하스카이워크, 단양강 잔도, 단양역 복합관광단지 등을 아우르는 남한강 관광 벨트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시루섬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내란 재판받다가 휴대전화로 ‘체포방해’ 선고 시청…“상고 기각” 듣고 쓴웃음
- 홍상수 새 영화 ‘눈 둘 데가 없네’,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 이란 혁명수비대 “호르무즈해협 통행 경로 결정 개입하면 강력 대응”
- [속보]‘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김희영 이사장 명예훼손 1심서 벌금 700만원 선고
- 민주당,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장윤기 사건과 전당대회가 변수
- [속보]대법, 윤석열 ‘체포 방해’ 징역 7년 확정…8개 사건 중 처음
- [속보] ‘윤 체포 방해’ 경호처 간부들 1심 실형…박종준 징역 4년·김성훈 징역 5년
- 임기 시작 3일만에 ‘먹튀 탈당’···민주당, 한지혜 연수구의원 ‘제명 사유 해당”
- [단독]“엄마·아빠 나 돈 좀 빌려줘, 집 사게”···요즘 서울 2030의 자가 마련법 ‘부모돈 내산
- 침묵 깬 홍명보 “협박 때문에 가족 지키려 미국 온 것···국회 청문회서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