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의 돌발史전 2.0] 몽테스키외 “삼권분립 불가능? 그게 바로 공포의 전제 정치”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 2026. 7.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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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 귀족정, 심지어 군주정도 삼권분립 가능’하다고 역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 /조선DB

비꼬는 글을 쓸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읽는 사람이 그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턱없는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1689~1755)도 그중 한 사람이다.

대표 저서 ‘법의 정신’에서 몽테스키외는 흑인 노예제가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제도인지 알려주기 위해 ‘여러분, 사실은 노예제는 아~주 좋은 제도예요’라고 시작하는 지독한 풍자를 한 뒤 노예제의 비합리성과 철폐를 주장했다. 몽테스키외가 굳이 여기서 실수를 했다면, 사람들 중에는 전체를 읽지 않고 한 부분만 뽑아 읽는 단장취의맨들이 많다는 사실을 경시했다는 것일 테다. ‘몽테스키외가 흑인 노예 무역을 정당화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횡행한 나머지 한때 한국 교과서에도 그 내용이 실렸다고 한다.

몽테스키외에 대한 또 다른 오해가 하나 있다. 그가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옹호한 사상가’라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몽테스키외가 프랑스 혁명기까지 생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사상이 혁명을 정당화하는 사상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가 그의 나라 프랑스에 가장 적합하다고 본 정치 체제는 민주정 또는 공화정이 아니라 ‘절제된 군주정’, 사실상 입헌군주제였다.

그러나 이후 그의 책 ‘법의 정신’이 민주주의 사상의 성전처럼 됐기 때문에 몽테스키외는 민주주의 사상가의 족보에 박제됐던 셈이다. 바로 그 책에서 행정권, 사법권, 입법권을 분리하는 삼권분립의 개념이 처음으로 확립됐고, 이는 최초의 삼권분립 국가인 미국의 건국과 연방주의 헌법 수립,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3년 7월 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자택에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완역한 진인혜 전 목원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고전 ‘법의 정신’의 국내 원문 완역본이 나온 것은 놀랍게도 최근이었다. 2023년에야 나남출판사에서 총 1200쪽 3권 분량으로 출간됐던 것이다. 이전까지 시중에 나온 책들은 중역이거나 편역이었다. 당시 대전에 가서 번역자인 진인혜 전 목원대 교수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몽테스키외가 삼권분립을 주장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몽테스키외는 ‘시민에게 정치적 자유란 각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유래하는 정신의 평온’이라고 했고, ‘이 자유를 가지려면 한 시민이 다른 시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정체(政體)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이권분립’을 주장한 사상가는 이전에도 있었다. 영국의 존 로크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를 주장했다. 몽테스키외는 여기에 더해 ‘사법부의 분리’에 방점을 찍었다. 왜 그랬을까? 재판권이 입법권과 결합돼 있다면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좌우하는 권력은 독단적인 존재가 될 것이고, 재판권이 집행권과 결합된다면 재판관은 압제자의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만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얘긴가?

‘법의 정신’에서 규정한 정치 체제는 대략 네 가지다.

①덕성으로 유지되는 민주정(民主政).

②절제로 유지되는 귀족정(貴族政).

③명예로 유지되는 군주정(君主政).

④공포로 유지되는 전제정(專制政).

몽테스키외는 민주정, 귀족정, 군주정을 모두 삼권분립이 가능한 정치 체제로 봤다. 삼권분립이 불가능한 체제는 오직 ④번.

공포로 유지되는 전제정뿐이라는 것이다.

3년 전 그 인터뷰가 불현듯 지금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시계가 거꾸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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