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물폭탄' 그치면 '한증막'…두 공기 충돌이 만든 극단적 장마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6. 7.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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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1년치 강수량 4분의1 쏟아져…주말 최고 36도 '폭염·열대야' 확대
남북 움직이는 비구름대에 특정 지역 집중…기상청 "태풍 '바비' 기압계 변수"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린 9일 경기 오산시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주행하고 있다. 2026.7.9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늦게 찾아왔지만 시작하자마자 좁은 지역에 강한 비를 퍼붓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일부 지역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한 시간에 80㎜가 넘는 집중호우도 관측됐다.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부딪히며 강한 비구름이 발달한 결과다.

반면 비구름이 물러가면 곧바로 낮 최고기온이 36도 안팎까지 치솟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비가 오면 물폭탄, 그치면 한증막' 같은 극단적인 날씨 패턴이 이번 장마철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철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지난달 30일, 중부지방에서 이달 1일 시작했다. 평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도 6월 19일, 남부지방 6월 23일, 중부지방 6월 25일이다. 올해 장마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이 각각 11일, 7일 늦었고, 중부지방도 6일 늦었다. 제주도 기준으로는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늦은 장마 시작이었다. 기상청은 블로킹(대기 정체) 발달과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지연이 장마 시작을 늦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주일 새 1년 치 강수량 4분의 1 쏟아져…세종선 시간당 81.5㎜

장맛비는 늦게 시작한 뒤 강하게 쏟아졌다. 장마가 시작한 지난달 30일 0시부터 이달 9일 오후 5시까지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 등에서 확인된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서귀포 368.5㎜, 계룡 353.0㎜, 청양 312.0㎜, 천안 309.2㎜, 부여 306.0㎜, 논산 299.0㎜, 세종 293.5㎜, 대전 287.0㎜ 등이다. 연평균 강수량이 1200~1300㎜인 걸 감안하면 1년간 내릴 비의 4분의 1가량이 약 1주일 사이 내린 것이다.

충북과 전북, 경기 남부, 경북 북부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보은엔 275.6㎜, 청주 273.5㎜, 공주 263.5㎜, 익산 254.5㎜, 봉화 244.5㎜, 안성 243.0㎜, 증평 234.5㎜, 진천 225.0㎜, 원주 224.5㎜, 평택 224.5㎜, 서천 223.0㎜, 문경 221.5㎜, 금산 218.1㎜ 등에도 200㎜ 안팎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기간 서울은 최대 165.5㎜(동작구), 금천구·관악구·성동구 125.5㎜가 기록됐다.

짧은 시간 강수도 강했다. 장마 시작 이후 1시간 최대 강수량은 세종에서 81.5㎜로 빗줄기가 가장 굵었다. 청양에서 1시간에 70.0㎜, 시흥 68.5㎜, 담양 66.5㎜, 보은 66.3㎜, 공주 66.0㎜, 화성 65.0㎜, 청주 58.7㎜, 부여 57.5㎜, 평택 55.5㎜, 금산 55.4㎜, 천안 53.2㎜, 아산 51.5㎜, 광명 51.0㎜, 진천 51.0㎜ 등으로 나타났다.

9일 오전 11시 50분 레이더 합성영상(기상청 제공) ⓒ 뉴스1

남북 넘나들며 특정 지역에 집중…밤사이 수증기 유입에 빗줄기 굵어져

이번 장맛비의 특징은 정체전선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비를 퍼붓기보다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지나가는 지역마다 강한 비를 쏟았다는 점이다.

장마전선이 전국에 고르게 비를 뿌린 것이 아니라, 비구름대가 이동하면서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많은 비를 집중시키는 형태였다. 지난 8~9일에는 충청권과 전라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집중됐고, 이후 강수대가 수도권과 강원 영서 쪽으로 북상했다.

이처럼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린 이유는 남쪽에서 올라온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강하게 부딪혔기 때문이다. 두 공기가 만나는 곳에서는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강한 비구름이 빠르게 발달한다.

특히 밤부터 새벽 사이에는 남쪽 바다에서 많은 수증기를 실어 나르는 바람이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마치 물을 가득 머금은 공기가 정체전선에 계속 공급되는 것처럼 비구름이 발달하기 쉬워지고, 짧은 시간에도 매우 강한 폭우가 내릴 수 있다.

이번 장마철에는 이런 조건이 반복되면서 '오랜 시간 내리는 장맛비'보다 '짧지만 매우 강한 집중호우'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태풍 '바비' 기압계 변수…주말 최고 36도 '한증막 더위

장맛비는 경기 남부 이남에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장마 기간이 끝난 건 아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에 의한 장맛비가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이겠으나 장마철 종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 중반에는 정체전선이 다시 남하하면서 15~16일쯤 전국에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국으로 간 제9호 태풍 '바비'도 기압계 변수로 남아 있다. 바비는 11일쯤 타이완 부근 해상을 지나서 12일쯤 중국 내륙에 상륙할 전망이다. 한반도 직접 영향 가능성은 적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 동아시아 기압계가 달라질 수 있어 다음 주 강수 전망에는 변동성이 남아 있다.

비가 그친 뒤에는 더위가 빠르게 강해지겠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고 덥고 습한 남서풍이 들어오면서 10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겠다. 주말인 11~12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0~36도까지 치솟겠다. 폭염특보와 열대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올해 장마는 늦게 시작했지만,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강한 비를 쏟고 비가 그치면 폭염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변덕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정체전선과 기압계 변화에 따라 강한 비와 무더위가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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